지난 3월 하순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928년 캘빈 쿨리지 전 대통령 이후 88년 만에 쿠바를 방문했다. 쿠바인들은 이를 계기로 아바나에도 새로운 변화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쿠바 사회는 교육과 의료 부문에서 부담이 없지만 노동자의 한달 평균 임금은 2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경제적 궁핍에 대해 지도자들은 미국의 경제 봉쇄와 구 소련의 붕괴를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공산권이 무너진지도 이미 20년이 훨씬 지났다. 이제 쿠바인들은 기존 공산주의 체제를 보완하든 자본주의를 새로 도입하든 그들의 생활 형편이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이러한 쿠바의 변화와는 달리 북한 사회는 군부가 주동이 돼 국제사회와 적대정책을 취하고 있다. 1990년대 경제위기로부터 파생된 체제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등장한 ‘선군체제’는 이전 수령체제가 한계에 직면했듯이, 군대식 사상·규율 등을 추구함으로써 북한 사회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약화시켜 결국은 경제적 합리성과 효율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선군노선은 체제 위기 극복을 위해 일시적인 성과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경직성 때문에 약점이 많다. 문제는 주민들의 생활 향상이 걸린 경제인데, 지도자들은 핵과 미사일개발을 비롯한 군사강국노선을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김정은 현지지도의 동향에서도 잘 드러난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1분기 그의 군사 관련 활동이 14회(42%)로 가장 많았고 경제 분야도 13회(39%)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공개 활동 총 26회 가운데 군사 분야가 16회로 62%를 차지하고, 이어 경제 분야는 5회(23%), 정치 관련은 4회 순으로 군사부문에 크게 치우쳐 있다.
선군노선은 북한이 60∼70년대 내세운 ‘국방과 경제건설’의 병행노선이 군수산업 투자에 우선순위를 두어 경공업과 농업 등이 실패로 끝났던 것과 같은 상황을 반복할 수 있다. 그들의 계획대로라면 1980년대에는 60∼70년대에 달성된 사회주의 공업화에 기초해 의식주 문제의 완전한 해결, 기간공업과 교통 운수의 발전 등이 이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북한 주민의 생활 형편은 1980년대 보다 더 어려워졌다.
북한 지도자들은 2015년 9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쿠바 방문 중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과 나눈 대화에서 “이념이 아닌 사람을 섬기라”고 강조한 점을 새겨야 한다. 그들이 체제 유지를 위해 내세우고 있는 핵과 미사일로는 남한과 약 40배의 경제력 차이를 해결할 수 없다.
북한의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6·25전쟁 직후 평양시를 재건할 때 14분에 주택 한 세대를 조립하는 기적을 창출했다는 ‘평양속도’ 정신으로 경제 회복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목표를 이렇게 세운다면, 남한을 비롯해 국제사회와 군사적 긴장이 아니라 상호 인정과 협력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조성훈 박사(퀴리노·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