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6·25전쟁이 일어난 지 66주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3주년이 되는 해다. 이 정도 시간이면 전쟁을 ‘냉전의 추억’으로 여길 만한 세월이 흘렀다. 물론 ‘서로 최후적인 평화적 해결이 달성될 때까지 적대행위와 일체 무력행위의 완전한 정지를 보장하는 정전을 확립할 목적으로’ 한 협정을 제대로 준수했다면 말이다.
정전체제는 비무장지대 설정, 한강하구 공동관리, 공동감시소조 활동이나 중립국감독위원회 등을 통해 긴장 상태를 완화하며 분쟁을 협의와 회담의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졌다.
하지만 2010년 11월 연평도포격사건이나 연이은 핵실험이 실증하듯, 남북관계는 아직도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에 의해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정전협정 규정과는 달리 중무장한 비무장지대를 잇는 전방은 늘 전시 상황과 같지만,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 전역을 전장화할 수 있는 위협 상태로 내모는 행위다.
그동안 남한에서는 “우리 내부에 어떤 허점이 있다면 적을 우리 스스로가 불러들이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며 총화 단결을 촉구해 왔다. 더욱이 1987년 이후에는 남한이 민주화되고 경제발전도 두드러졌으며 그 사이 군사력도 크게 증강됐다. 이제 남한의 군사력과 경제력 등이 북한보다 우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체제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 속에서도 그래도 희망이 있는 것은 7·4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남북공동선언, 10·4선언 등 합의에 이른 적이 있다는 점이다. 이미 2007년 10월 4일 남북정상회담에서는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수많은 합의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재연됐고 남북한 사이에는 신뢰가 형성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지난달 말 평화나눔연구소 설립 1주년 기념 세미나 강연에서 “한반도 상황은 성경에서 말씀하는 화해와 용서의 삶을 실천할 수 있는 신앙적 도전과 과제”라고 진단했다.
제20대 총선에서 각 당 후보자와 대표들이 유권자 한 사람의 지지라도 더 받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전투를 치르듯 경쟁하는 과정을 대하면서, 필자는 새삼 분단된 지 70년이 지났고 전쟁까지 치른 북한과 화해, 협력을 도모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그래도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한 도전은 계속돼야 할 것이다.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현재의 군사적 긴장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도 중요하지만, 먼저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아직도 생사확인조차 하지 못한 미귀환 국군포로·납북자·이산가족 문제 등 전쟁 유산을 우선적으로 해결한다면, 평화공존을 위한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조성훈 박사(퀴리노) 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