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1일, 몹시 추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추위에 벌벌 떨면서도 제야의 종 타종식에 직접 갔던 것은 올해는 진정 제대로 새해 다짐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거의 비슷한 다짐들을 한 기억은 나는데 실천에 옮겨 성공한 것들은 솔직히 없었습니다. 올해는 새롭게, 올해는 나와의 약속을 꼭 지키자며 종이 울릴 때마다 거듭거듭 다짐했습니다.
첫째는 운동이었습니다. 한 번에 결제하면 할인 해준다길래 헬스클럽을 무려 3개월이나 등록했습니다. 첫 일주일은 꽤 출석률이 좋았던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2주차가 되자 회식이 생기거나 약속이 잡혔고 3주차가 되니 컨디션이 몹시 나빠졌습니다. 빠지는 날들이 점점 늘어났고 ‘내일은 반드시 가야지. 오늘은 너무 피곤해’라며 집으로 발길을 돌렸던 기억들을 끝으로 지난주에 3개월이 끝났습니다.
운동에 이은 두 번째 다짐은 다이어트였습니다. 술자리에서 빼는 것은 ‘존심상’ 허락하지 않는지라 웬만하면 먹고 마시는 자리에 빠지지 않았더니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은 깜짝 놀랄 만큼 몸이 변했더라고요. 저녁을 굶고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을 하면 다른 식단조절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헬스클럽에 빠지는 날들이 늘어나면서 다이어트는 통째로 흐지부지 해졌습니다. 결심만 하면 5㎏쯤이야 가볍게 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운동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자’는 다이어트는 아직까지 개시하지도 못한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주위 사람을 잘 챙기자는 것이었습니다. 친구에게도 부모님께도 자주 연락드리자고 다짐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금까지 지켜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을 하셨지요. 심각한 병은 아니었지만 저는 아버지가 오랫동안 통증을 참으셨다는 것도 입원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침대에 누워있는 아버지를 보고 있는데 무슨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옆 침대도, 건너편 침대도 참으로 가족끼리 정다운 것 같은데 우리 침대에만 감돌던 그 먹먹하고 어색한 침묵은 아직까지도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퇴원 후 아버지께 일주일에 한 번은 전화를 드립니다. “식사는 하셨어요? 뭐하고 계세요?” 이후에 이어지는 침묵이 아직은 무겁지만, 이 다짐만큼은 지키자고 결심해 봅니다.
어느새 4월, 벚꽃이 만개하고 반팔 티셔츠를 찾아 입을 만큼 날씨는 따뜻해졌습니다. 욱하지 말자, 밝은 표정을 짓자, 뒷담화를 하지 말자, 미사를 빠지지 말자 등등… 아직 개시도 못한 새해 다짐들이 다시 떠오르네요. 그래도 2016년은 8개월이나 남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느새 여름, 어느새 가을, 어느새 또 연말…. 이렇게 되지 않도록 완연한 봄기운을 느끼며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내일은 헬스클럽이나 다시 등록하러 가봐야겠습니다.
김 임마누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