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보! 처음 주일미사 복사를 선 기분이 어때? 엄마는 네가 복사 역할을 하는 동안 미사를 어떻게 드렸는지 모르겠어. 혹시 실수하지 않을까, 네가 떨지는 않을까, 지켜보는 내내 조마조마했단다. 그런데 우리 야고보는 씩씩하게 실수 없이 잘 하더구나. 엄마가 괜한 걱정을 했었나봐. 네가 복사 서는 걸 지켜보는 것도 이리 조마조마한데, 만약에 네가 신부님이 된다면 어떨까? 엄마는 벌써부터 가슴이 콩닥거린단다.
복사학교를 다녀와서였지. 네가 엄마에게 신부님이 되어야겠다고 고백한 게 말이야. 바이올린 연주를 위해 유학가고 싶다던 네가 신부님이 되겠다고 했을 때, 엄마는 좀 의아했단다. 그냥 신학교가 체질인 것 같다고 농담처럼 얘기하기에 그 마음이 얼마나 갈까 살짝 의심을 하기도 했어. 그런데 진지하게 꿈을 바라보는 너를 보면서 엄마가 이럴 때가 아니구나 싶었어. 야고보를 위해서 기도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네가 자라서 신부님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야. 네 맘이 변할 수도 있고, 하느님께서 너를 다른 길로 부르실 수도 있단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귀 기울이는 일이란다. 너를 통해서 새로운 계획을 이루실 하느님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 말이야. 엄마는 옆에서 너를 위해서 기도할 수밖에 없어. 하느님께서 너를 좋은 길로 부르시도록 말이야.
그리고 하느님께서 정말로 너를 사제로 쓰시겠다면 가난하고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사제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할거야. 엄마는 네가 권력에 기대어 유명한 사제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그저 아파하는 사람들 편에 서서 그들이 기댈 수 있는 친구 같은 사제가 되기를 바란단다. 이런 일들도 하느님께서 허락하셔야 되는 일이겠지만 말이야.
가끔은 소리 지르고, 가끔은 다그치는 엄마지만 그래도 언제나 네 편에 서서 너를 응원하는 엄마란 걸 기억해주렴. 네가 어떤 삶을 꿈꾸듯 너를 위해서 기도하는 엄마가 될게. 야고보, 하느님께서 너를 좋은 곳에 쓰시도록 우리 함께 기도하자꾸나.
윤성희(아가다·서울 신사동성베드로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