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해외 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에 근무하던 북한 노동자가 새해 첫 날 분신자살로 비참한 해외 근로 실태를 고발하더니, 중국의 한 식당에 근무하던 종업원들이 단체로 한국행을 시도했다.
북한 해외 노동자는 주로 북한 내의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해외 파견을 선택하고, 현지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을 북한에 남겨진 가족들에게 송금하기 위해 먹을 것, 입을 것도 아껴가며 고강도 노동을 해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과연 어떠한 이유로 파견 근무지를 벗어날 결심을 하게 된 것일까. 자세한 정황은 알 수 없지만 북한 내에서는 접할 수 없는 환경과 외국인 이웃이나 동료들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얻는 정보가 오랜 시간 교육을 받아 온 그들의 ‘사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그들이 해외 파견을 하면서 외부 세계에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같은 시간 혹은 더 많은 시간 일하고도 옆의 외국인 동료보다 못한 임금을 받는데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당연하게 주어지는 ‘자유’도 없는 삶, 북한 내에서보다 더욱 철저한 관리와 감시로 억압당하는 생활을 지속하다가 어느 새 북한에 살 당시에는 인식하지 못한 ‘인권’이란 의미를 스스로 찾아 나서게 된 것은 아닐까.
실제로 북한 해외 노동자 조사를 하면서 만난 많은 북한 노동자들은 해외 근무 기간이 오래될수록 자신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으며, 과도한 통제와 차별적 대우에 대한 분노가 생겨났음을 밝혔다. 한편, 체제에 대한 순응과 당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 아니라 해외 생활이 북한 내부보다는 좋기 때문에 ‘뇌물’을 바쳐 이를 지속하고자 했다는 증언은 이미 그들이 북한 당국의 통치 하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신이 살 곳을 정하고자 하는 자발적 주체가 됐음을 보여준다.
2014년 12월 20명의 해외 노동자 경험을 가진 북한 이탈주민을 인터뷰하며, 해외 각국에서의 비참한 실태를 전해 듣고 남겨진 북한의 가족들을 함께 걱정해 왔다. 그러나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경험이 주는 가장 큰 의미는 해외 노동이 북한의 주민들로 하여금 능동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하나의 공간이라는 점이었다. 북한의 해외 파견, 이는 북한 당국의 필요에 의해 시작됐을지 모르지만, 해외 파견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를 접하는 기회를 얻는다는 점은 새로운 시작이자 가능성이라고 볼 수 있다. 해외 파견에서 보고 듣고 겪은 경험이 일정 기간의 파견생활 뒤 고국으로 돌아가 가족과 이웃들에게 전파될 것이고, 폐쇄된 북한 사회의 정보로 유통될 것이다. 비영리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가 현재까지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를 조사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궁극적으로 북한의 해외 파견 현장에서 북한 당국에 의한 인권침해 행위를 감시하고,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다른 나라 출신 노동자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도록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조사를 하는 최소한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