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비정부기구 활동가들은 언제나 ‘어떻게 하면 북한인권 문제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북한의 처참한 현실이 일반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도 하고,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그 현실이 제대로 와닿지 않는 점이 큰 고민거리다.
그러나 한국을 벗어나 바깥 세계로 조금만 나가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인권’이라는 개념을 가장 높은 가치로 두고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시키고자 다양한 노력을 경주해 온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북한의 ‘현실’을 늦게 알았다는 것은 몹시 안타까운 일이며, 이를 도외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국내에서보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이슈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이 더 쉬운 일인 것이다.
NGO에서 ‘북한 인권’ 활동을 한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 되고, 해외의 많은 대학생들은 북한의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자비를 들여 한국의 NGO에 인턴활동을 하러 오기도 한다. 국내의 분위기도 최근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정치경제적 영역’과 결부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러나 북한인권 활동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언젠가는 이 문제를 모두가 함께 고민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얼마 전 북한인권법이 통과되는 등 우리 사회에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국제사회는 변화하는 한반도의 상황에 맞추어 북한인권 측면에서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오랫동안 함께 해왔다. 최근에는 북한 각 영역의 인권침해 행위 조사에서 점차 피해에 대한 ‘책임규명’ 즉, 과거사를 어떻게 청산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그 중심이 움직이고 있다. 북한인권정보센터 또한 언젠가 다가올 ‘통일’된 한반도를 준비해야 된다는 문제 의식 아래 3년 전 ‘과거청산’ 작업을 함께 준비할 많은 전문가들을 모아 자체 연구 모임을 진행해 왔다.
한 달에 한 번씩 자발적으로 모여 해외 여러 나라의 과거청산 작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통합된 한반도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 것인지를 논의해 왔다. 이 작업에 대한 지속성의 의미를 공감하고, 지난 해 9월 정식으로 (사)과거청산통합연구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우리의 연구결과를 묶은 단행본을 발간해 무료로 배포하고, 세미나를 열어 함께 고민하는 장을 마련했다. 바쁜 일정을 쪼개 열띤 토론을 벌이며 얻은 결실을 한국 사회에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 ‘인권’의 측면에서 북한을 들여다보고, 주민들을 포용하는 때가 무르익었을 때, 국제사회는 물론 우리 사회와 적극적으로 논의할 준비를 하기 위해서 한국의 북한인권 활동가들의 24시간은 바쁘게 채워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