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폴란드의 좌파정당인 라젬(Razem)당이 바르뱌사 빌라노프(Wilanow)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북한 해외 노동자 착취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를 폴란드 유력지인 가제타 비보르차 신문과 tvn 24 tv라는 폴란드 방송사에서 다루었다.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지난해와 올해 총 3차례 폴란드의 북한 노동자에 대한 현지 조사를 실시한 이후, 다양한 국가로부터 많은 주체들의 관심을 모았고, 이들과 함께한 개선 노력이 실제 북한 해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국가의 적극적인 조치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가 다른 국가보다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유럽연합(EU)소속으로서 북한 노동자를 수입하고 있는 단 두 개 국가(폴란드, 몰타) 중 하나이며, 국제노동기준을 따르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폴란드 외에도 유럽 국가 중 루마니아, 불가리아, 체코 등에 북한 노동자가 파견됐지만, 북한 해외 노동자에 대한 인권 피해 상황이 알려진 후 북한 해외 노동자들에 대한 전면 귀국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에 반해, 현재 폴란드에 있는 북한 노동자의 규모는 8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살펴 본 바에 따르면, 폴란드 북한 해외 노동자의 주된 사업 영역은 건설ㆍ조선 분야이며 폴란드 내 수도 바르샤바를 포함해 총 10개 지역에 분포돼 있다. 주로 여성들이 근무하는 원예 분야는 총 5개 지역에 분포돼 있고 기타 사업 분야로 제조업, 의학 분야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필자가 폴란드 방문 당시 만나본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들은 다른 나라 노동자들보다 많은 시간을 일하고도 실제 손에 쥐는 돈은 버는 수입의 10분의 1 정도이거나, 때때로 북한 당국에 의해 임금이 체불되고 있었다. 북한 노동자들은 항시 출퇴근을 함께하며 평일에는 외출이 금지되고 주말에 한 차례 일정 시간 내 한 장소에 머물러 볼일을 보고 함께 돌아오는 정도다. 이를 지켜보는 다른 나라의 노동자들에게 이들은 한마디로 ‘불쌍한’ 존재였다.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국가나 회사는 그 자체로도 불법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었는데 폴란드의 경우, 노동자와 회사를 연결시켜 주는 불법 인력알선업체의 영향력이 컸다. 이들에 의해 맺어진 계약은 철저히 북한 당국의 수입증대를 목적으로 노동자의 처우를 낮아지게 했으며 이러한 계약상에 북한 노동자들은 ‘약자’인 것이다.
한편으로, 폴란드 현지 고용회사들로부터 지급된 임금, 성과급 등은 북한 노동자 개인이 아닌 북한 관리자에게 제공되고 있다. 즉, 노동자가 본인이 일하는 수입을 직접 받지 못하고 중간 관리자를 통해 지급받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과도한 노동시간, 불량한 식사와 거주지 제한 문제 등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피해 실태를 알고도 폴란드 회사 및 정부 측에서는 이에 대한 관리 감독을 하지 않는다. 과연 폴란드 내에서 일어나는 북한 당국의 ‘착취’와 ‘통제’는 폴란드의 문제가 아닌 것인가. 우리에게는 어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