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23세 교황님께서 죽음에 대해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죽음은 죽음이 아닙니다. 모퉁이를 돌아서 하느님의 집으로 가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먼저 간 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같은 뜻과 같은 목적을 갖고 함께 사랑하고 살아가시던 분의 죽음은 우리의 마음을 몹시 아프게 합니다. 더욱이 그분이 우리 곁에 가까이 있어 언제나 머물리라고 믿었던 분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분이 갑자기 떠나고 그분이 있었던 자리가 텅 비어 있다는 사실이 떠오를 때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교구장님의 선종 소식을 듣고 미사를 드리러 교구청에 갔습니다. 성전에 누워계신 그분의 얼굴을 보려 해도 보이지가 않습니다. 정말 보이지가 않습니다. 미사 중에 늘 기억하며 기도해 드리던 그분의 이름을 이제는 부를 수 없으니 눈물이 납니다. 교구청에 계시던 그분의 방이 텅 비어있음을 보게 되니 다시 눈물이 납니다. 돌아와 신학교에 있는 그분의 방 앞을 지나다가 그분과의 추억이 떠오르니 또 눈물이 흐릅니다. 제 방에 돌아와 혼자 있으려니 눈을 뜰 수가 없습니다.
교구장님께서 주교로 서임되시기 전에 두 번이나 사양하셨지만, 마지막에는 주님의 뜻이라고 받아들이셨습니다. 제가 아는 교구장님은 평범한 사제로 사셨으면 행복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의 뜻을 따라 인천교구 모든 교구민들을 위하여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십자가를 지신 교구장님을 생각하면 베드로 사도에게 하신 주님의 말씀이 자꾸 떠오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네가 젊었을 때에는 스스로 허리띠를 매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다. 그러나 늙어서는 네가 두 팔을 벌리면 다른 이들이 너에게 허리띠를 매어 주고서, 네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요한 21,18) 교구장님께서 언젠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미카엘, 나 은퇴하면 고향에다 집 한 채 지어주게나.” 지금 생각하면 교구장님의 고향은 주님의 품이었고 그분의 집은 주님 곁이었습니다.
마음 깊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먼 곳에 있다 할지라도, 아니 하느님 나라에 계시더라도, 언제나 우리 마음속에 살아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 품으로 가신 최기산 보니파시오 교구장님께서 이제는 영원한 행복과 안식을 누리시기를 기도합니다.
인천가톨릭대 신학대학장 홍승모 몬시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