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학생과 시민을 중심으로 반독재 민주주의 운동을 추동한 4·19혁명, 1980년 신군부의 집권 음모를 규탄하면서 피와 땀으로 민주주의의 실현을 요구했던 5·18민주화운동, 1987년 대통령직선제로의 개헌을 성공적으로 추동한 반독재 민주화운동인 6월 민주항쟁. 오늘날 분단이라는 ‘미완의 광복’을 ‘새로운 통일의 역사’로 열어갈 수 있는 이유는 ‘민주주의’와 ‘인권’ 수호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던 분들의 피와 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민주주의’와 ‘인권’은 새로운 도전과 마주하고 있다.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불평등이 확산되고 기회의 평등을 박탈하는 ‘사다리 걷어차기’(Kicking Away the Ladder)가 구조화 되고 있다. 기업과 소수 특권층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금권정치와 정경유착이라는 구시대적 망령이 전관예우, 입법 로비와 특혜, 기업의 구조조정과 공적자금 투입으로 변종돼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다.
우리 헌법이 사실상 국민으로 규정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은 또 어떤가? 북한 인권문제의 당사자인 우리가 2000년 대북행동지침을 채택한 유럽연합(EU)보다, 2004년과 2006년에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미국, 일본보다도 늦게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으면서도 여전히 북한 인권문제를 정쟁이나 무관심의 대상으로 치부하고 있지는 않은가? 민주화를 위해 인권을 외쳤지만 인권이라는 단어 앞에 ‘북한’을 붙인 ‘북한 인권’ 앞에서는 그저 침묵하고 외면하고 있는 우리의 이중적 모습과 잣대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통일된 이후 북녘 동포들이, 북한 당국에게 핍박받던 북한 주민들의 인권 유린을 막기 위해서 대한민국이 무엇을 했냐고 묻는다면 우리의 민주주의와 인권 수호의 역사는 어떤 답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직면한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한다면 피와 땀으로 일구어낸 위대한 역사가 다시금 갈등과 혼란으로 점철될 것이다. 사회적 모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미완의 광복’을 ‘새로운 통일의 역사’로 열어갈 수 없을 것이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북한 당국에 의해 체계적이며 지속적으로 자행되는 폭압의 역사를 끊어낼 수 없고 북한의 민주화를 실현시킬 수도 없을 것이다.
이제, 6월 민주항쟁의 숭고한 역사를 다시 한 번 가슴 깊이 새겨 새로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우리 모두의 헌신과 노력으로 지켜나가야 한다. 그래서 통일 과정에서의 과거사 청산과 이행기 정의(Transitional Justice)를 실현하고 통일 대한민국의 사회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새 역사를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29주년을 맞은 6월 민주항쟁을 통일 대한민국의 새로운 가치로 계승·발전시켜 나가는 시대정신이자 역사적 요청이 아닐까 생각한다.
박현우(안셀모·통일의 별(Uni Star)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