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어느날, “마태오에 온지 불과 한 달도 안됐는데 한 10년은 넘게 산 것 같다”고 하시며 한 숨 쉬시던 그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성당길 녹음의 터널이 다섯 번이나 바뀌었네요. 전임 신부님께 길들여진 철없는 양들은 새로운 목자의 낯선 목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그 소리에 맛 들이려 신부님만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 있었으니, 그 한 달이 얼마나 지루하고 길게 느껴지셨을까…. 무표정의 냉랭한 기운이 정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들이 아니었을까 돌이켜 생각해 봅니다. 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른 지금, 그때의 일들이 필름처럼 지나갑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두 번에 걸친 ‘전 신자 가족캠프’. 흥미진진했던 게임과 놀이 각 연령층에 맞는 프로그램, 마지막 날 바비큐 파티와 캠프파이어까지 완벽했던 여름 캠핑을 만끽할 수 있었지요. 그리고 잊을 수 없는 기차여행은 우리를 수학여행 떠나는 아이들처럼 들뜨게 했고, 몇 백 명이 지하철, 기차, 버스를 갈아타며 베론성지까지…. 바로 코이노니아로 하나되는 공동체, 신부님 사목표어처럼 우리는 너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신앙과 영적 성숙의 해에는 지역별 퀴즈 대회를 열어 예상문제집으로 열공했던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지금도 열두사도 이름은 술술 읊어지고, 가장 큰 계명!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생각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라”를 가슴, 목, 어깨, 머리를 쓰다듬어 가며 외우던 일, 북과 꽹과리 응원에 맞췄을 때의 함성은 우리를 축제의 도가니로 몰고가 그야말로 화합과 사랑 나눔의 큰 잔치였습니다. 생소했던 봉사자 박람회를 열어 작은 부스마다 특색 있게 사람을 끌어들여 1인 1단체 가입을 권장했고, 가난한 이웃돕기 위한 자선음악회 등 이루어진 행사들이 너무 많아 다 쓸 수가 없네요. Diakonia(봉사)로 활기찬 공동체 또한 신부님의 사목표어였지요.
어려운 학생들에게 실력있는 과외 선생님들을 붙여 공부방을 만들고, 교우들의 고민거리 해결을 위한 본당 상담실 운영, 신영세자들이 쉽게 냉담하는 걸 보시고 세례 후 후속 프로그램으로 ‘성경 맛 들이기’ 반을 만들어 자발적으로 봉사자로 뛰게하는 좋은 선례를 남기셨고요. 신부님이 강사로 직접 나선 전 신자 대상 ‘마태오 성경대학’, 젊은이 성경공부반, 지역별 성경통독, 미사 전 신구약 읽기, 그래서 우리는 정말 성경과 친숙하게 되었고, 매주 반모임에서는 주일 복음을 가지고 공부하고, 나눔을 갖고 말씀풀이로 되새기고…. 얼마나 신나고 감사한 일인지 늘 감사의 손뼉을 치게 된답니다.
해외유학 대기 중인 신부님, 군종 대기 중인 신부님, 몇 개월씩 본당에서 잠시 보좌로 머물다 떠나게 하는 옛 총장 신부님으로서의 따뜻한 제자 사랑, 아버지 같은 마음…. 그럴 때 우리는 월요일 새벽, 세 네분의 신부님과, 언젠가는 부제님 두 분까지, 제대가 꽉 차는 황홀한 미사 참례를 하곤 했지요. 사순절 시작과 함께 부활 팔부 축일까지 평일미사 개근자들에게 푸짐한 포상을 약속하시어, 100여 명이 넘는 신자들에게 그때 그때 다른 상을 주시고, 사순절 부활 맞이를 뜻 깊게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양들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 이름표를 달게 하셨고, 그 최고의 수혜자는 우리들이었고, 그 성과는 착한 목자였습니다. 신부님, 우리는 참 행복했습니다. 신부님께서도 늘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방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