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간의 도시 생활을 접고 충남 서천군 서면에 시골집을 매입하여 귀촌했다. 이사 후 가까운 성당을 찾아보니 걸어서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위치에 성당이 있었다.
내 생을 다하는 그날까지 오고 가는 불편 없이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기뻤다. 이사를 온 후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성당에 들어서니 내부는 시골 공소보다 조금 나은 편이었지만 제대는 신자석과 같은 높이에 있었고, 등받이 없는 의자는 너무 불편하여 미사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성당 내부도 여유로운 공간이 없다 보니 사람 열기와 호흡 등으로 생기는 탁한 공기는 미사에 집중하지 못하게 했다. 서면 일대가 바다로 둘러싸인 관광지다 보니 주일엔 제법 많은 수의 타 본당 교우들이 미사에 참례하여 현관 앞까지 간이의자를 놓아야만 했다.
나보다 두 달 먼저 서면본당으로 발령받고 오신 주임신부님은 성전 증축의 시급함을 느끼고 신자들 앞에서 건축계획을 발표하게 되었다. 그러나 영세한 시골본당이어서 건축비 걱정으로 반대하는 신자가 더 많았다. 그러나 주임 신부님은 증축을 원하셨고 곧바로 건축헌금 서약이 시작되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많은 금액이 서약 되었으나 계획한 건축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었다. 이때부터 주임신부님은 건강이 좋지 않으면서도 신자 몇 명과 함께 서울, 대전 등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과즙 판매도 하시는 등 건축비 모금에 최선을 다하셨다.
설계부터 시공에 이르기까지 주임신부님의 면밀한 검토와 감독 아래 드디어 성전 증축 공사가 마무리됐고 지난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에 본당 신자 모두 꿈에 그리던 새 성전을 갖게 됐다. 완공 며칠 전 성전 안에 등받이가 있는 의자와 원하던 모습으로 변한 성전을 보고 감격하여 많은 교우가 눈물을 흘렸다.
사목방문 오신 교구장님께서도 아름다운 성전을 만들어 놓았다고 칭찬을 하셨다. 그동안 고생하신 주임신부님을 비롯한 사목위원, 신자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또한, 물질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 타 본당 교우들께도 감사드린다. 그리고 성실한 시공으로 약속 날짜 내에 공사를 마무리한 건설회사 임직원 및 근로자 여러분께도 감사를 드린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최광희 솔로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