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는 말 한 마디에 누군가는 상처받을 수 있음을 일깨우는 속담이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인사치레로 자주 쓰는 말이 있다. “밥 한 번 먹자”는 말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탈북민은 이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인사말이 아니라 ‘밥을 진짜로 한 번 먹자’는 의미로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탈북민은 ‘언제 연락을 하지?’ ‘왜 내게 연락을 하지 않지? 혹시 나를 무시하나?’ 식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간다. 결국, “밥 한 번 먹자”라는 우리식의 단순한 인사말은 탈북민에게 있어 말을 건넨 상대방에 대한 분노로, 또 자기 자신에 대한 자괴감으로 이어진다.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에 남북이 오해와 불신으로 점철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말도 있다. 말로써 어려운 일,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속담이다. 우리는 흔히 술자리에서 ‘위하여’라는 건배사를 사용한다. 하지만 ‘위하여’라는 건배사는 북한에서 사용할 수 없다. 왜냐면 남한의 퇴폐적 문화를 상징한다는 북한 당국의 인식으로 적발 시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날, 한 술자리에서 평소처럼 ‘위하여’를 사용한 적이 있다. 그때, 내 곁에 있던 한 탈북민이 눈시울을 붉히기 시작했다. 당황한 마음에 “왜 그러냐?”고 묻자, “이제서야 내가 자유를 찾아온 것을 느낀다”며 눈물을 훔친 이유를 말했다. 무심코 뱉은 말 한 마디가 억압과 폭정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유의 품에 안긴 것을 환영하는 마법처럼 느껴지면서 그렇게 우리는 하나가 됐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서로의 문화가 다를 때 어느 일방의 노력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서로의 마음에 진실로 다가가려는 노력과 그것을 바꾸기 위한 일상생활 속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모여 다름을 포용으로, 오해를 이해로 변화시킬 수 있다. 통일은 어쩌면, 우리 일상과는 너무 멀리 떨어진 이야기일 수 있다. 그래서 손에 잡히지 않는 어려운 주제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3만 명의 탈북민은 머나먼 통일담론의 대상이 아니라, 갈등과 분열을 치유할 우리 일상 속 이웃, 가족 그리고 형제자매라고 생각한다.
사용하는 언어가 같다고 해서 같은 민족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의 문화와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서 말 한 마디도 조심하고, 입장을 바꿔 서로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더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배려가 새로운 통일의 시작이자 미래라고 생각한다. 말뿐인 위로보다 오늘 내가 내 이웃인 탈북민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기도할 수 있다면, 작은 기적이 통일의 별로 비춰질 것이다. 그래서 분단의 어둠을 밝히는 통일의 별이 우리에게 축복처럼 영롱하게 빛날 것이다. 일상생활 속 작은 실천, 그것이 바로 통일이다.
박현우(안셀모) 통일의 별(Uni Star)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