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에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니 사회과 교육이 가능하리란 자신감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해양성 기류의 저기압대 기류와 대륙에서 발생한 고기압이 맞부딪치면서 장마가 생긴다.” 사십 년 전에 공부했던 지리를 다시 공부해 가르치려니 용어부터 이해가 되지 않아 인터넷을 수없이 뒤져야 했다.
사 년 전 열여섯 살에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어머니를 따라 동생과 같이 들어왔다. 새로 가정을 꾸민 어머니는 곁에는 있어도 시집 형편과 눈치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처지가 되지 않는다. 한국어도 기본적인 일상은 소통이 가능하지만 아직도 어려운 말을 이해하기에는 이르다. 고졸 검정고시를 지난해부터 준비하여 올해 초 응시했지만 합격하기에는 실력이 모자라 과락도 생기고 첫 시험에 붙기는 역부족이었다.
가족을 따라 입국한 중도입국자에 대한 교육 및 정책은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취약하다. 중도입국자에 대한 별도의 지원제도는 특별히 없는 것 같다. 기존 이주민과 같이 뭉뚱그려 정책을 시행하는 것 같다.
샬트르수녀회는 경산 자인에서 “다문화 벗들”이라는 만남과 배움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이곳은 이주민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한국어 공부와 음악, 미술, 원예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소통하고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기 위한 사랑의 공간이다.
입국하여 삼 년 동안 장갑공장에서 하루에 열두 시간 이상 일하면서 고생하였으나 남은 것은 병들고 지친 몸 밖에 없었다. 수녀님이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여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공동체에서 수녀님을 도와 밭에 물도 주고, 잡일도 하면서 삼십만 원을 지원받고, 베트남어 통역 등으로 벌어 동생과 겨우 생활하고 있다. 수녀님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 과목별로 봉사자를 모아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말도 잘 안되는데 글로 쓴 것까지 이해해서 한국의 수험생과 경쟁해야 하니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짐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베트남에 가서 무역도 하고 여행업을 하려면 지금은 힘들더라도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공부만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시간 반 가까이 평생 처음 듣는 ‘바람의 발생과 기후분포’라는 지구과학에 귀를 쫑긋하게 듣고 있는 ‘탁’의 눈이 빤짝빤짝 빛났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짧지 않은 길이 무더웠지만 상쾌하다. 스스로에게 ‘잘했어’ 하고 격려해주면서 흡족해하는 소소한 소통이 행복인지 모르겠다.
장 바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