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구글의 인재 채용 철학과 관련된 내용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채용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가 겸손함과 성실함이라는 사실이었다. ‘겸손’, ‘성실’ 둘 다 어려서부터 많이 들어온 내용인데, 현재 세계를 호령하고 있는 구글의 채용과정에서 이 둘을 강조한다고 하니 다시 한 번 그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된다. 특히, ‘겸손한 사람’을 찾는다는 부분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 이유는 우리 교육이 오랫동안 말로는 겸손을 강조해왔으나, 실제 학교교육 현장에서 그것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겸손과 성실이 단순히 도덕적인 맥락의 덕성이 아니라 실제 채용과정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사실은 구글에서 근무하고 있는 분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신입사원 채용 면접 과정에서 정말 똑똑했지만 겸손한 태도를 보이지 않은 사람이 결국 입사하지 못한 사례를 들려주었다.
여기서 말하는 겸손이란 지식이나 기능 측면에서 나보다 부족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물론, 그들로부터 뭔가를 배우려는 자세나 태도를 말한다. 구글은 그런 마음가짐 없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고 협업하기 어렵다고 보는 듯하다.
이런 이야기에 새삼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글로벌 맥락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기업의 이야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한 기업의 채용과정에 대한 사례를 통해, 무엇이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교육 내용인가에 대해 무감각해져버린 우리의 현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또한, 겸손하고 성실한 인재 양성은 바로 우리나라 학교교육 및 가정교육이 추구해온 핵심 가치임을 다시 한 번 깨달은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겸손과 성실을 이야기할 때마다 늘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들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을 통해 정말 겸손하고 성실한 인재가 탄생할 수 있을까?”, “사교육의 뻘밭을 넘어온 우리나라 학생 중에 겸손과 성실이 몸에 밴 사람이 많을까?”
대답은 늘 “아니다!”였다. 우리 교육의 질 자체가 형편없어서가 아니다. 너무 당연하고 기초적인 내용이라고만 생각하여 겸손과 성실의 중요성과 가치를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겸손과 성실은 어려서부터 우리 교회 안에서 직간접적으로 자주 들어 온 이야기이기도 하다. 당신 자신을 낮추고 사람이 되신 겸허함, 묵묵히 십자가의 길을 가신 성실함, 우리는 이러한 하느님 아드님의 신비에 관하여 많이 들어 왔다. 단지, 그 내용을 우리 삶 속 깊은 곳까지 내면화하고 몸에 배게 하는 데 열과 성의를 충분히 기울이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고 등잔 밑이 어둡다고 바로 그런 기본적인 가치에 기초한 교육이 우리 교회 안에 늘 있어 왔다는 사실 또한 잊고 있었다.
이제 부모들도 답을 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겸손과 성실을 도덕 교과서에만 찾을 것인지, 아니면 지금이야말로 이 두 단어의 의미와 가치를 삶 안의 살아 있는 교육에서 되찾을 것인지를 말이다. 귀에 진부하게 들리는 이 두 단어를 이제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왜냐하면 적어도 글로벌 수준의 상식이 통하는 기업이라면, 그 무슨 스펙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바로 겸손하고 성실하지 않아서 입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겸손과 성실은 사람을 선발하고 채용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 갖추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인 선택적인 미덕이 아니다. 겸손과 성실은 타인과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소이다. 그동안 우리는 삶의 바탕이 되는 이 사실을 너무 쉽게 잊고 경쟁구도의 관점에서만 교육을 바라본 것이다. 이제 겸손하고 성실한 태도를 견지하는 사람이야말로 참다운 경쟁력을 갖춘 인재라 할 수 있다. 오늘따라 어린 시절 좀 더 성실한 태도를 보이라며 야단치던 본당 신부님 얼굴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