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기가 휘날린다. 시상대에서는 ‘애국가’ 대신 ‘아리랑’이 울려 퍼진다. 남북한이 하나 됐을 때 얼마큼의 시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지 우리는 똑똑히 알 수 있었다. 불가능은 없었다. 서로 다른 문화와 환경 속에서도 남북한은 뜨거운 감동으로, 하나 된 땀과 눈물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국제무대에 처음으로 남북한이 ‘Korea’라는 단일팀을 구성해 출전한 것은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였다. 이 대회 단체전에서 여자팀은 우승을, 남자팀은 4강에 오르며 기적의 새 역사를 써내려갔다. 이 대회를 모티브로 영화 ‘코리아’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코리아’는 탁구스타 현정화(하지원 분)와 북한의 리분희(배두나 분) 선수를 주인공으로, 남북 단일팀 구성에서부터 우승에 이르는 46일간의 뜨거운 과정을 영상으로 녹여냈다.
남북한 평화 메시지는 올림픽으로도 이어졌다. 비록, 단일팀 구성에는 실패했지만 2000년 호주 시드니올림픽, 2004년 그리스 아테네올림픽,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남북한은 개회식과 폐회식에 동시 입장했다. 한반도기 아래 남북한은 서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선사했다.
올여름, 기록적 폭염과 열대야 속에서도 지구 반대편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의 메달 소식은 가뭄의 단비처럼 반갑다. 지난 4년간 혹독한 훈련을 견뎌낸 태극전사들의 땀과 눈물이 각본 없는 드라마가 돼 국민들에게 환희와 감동을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비록 태극전사는 아니지만, 눈길을 사로잡은 한 선수가 있다.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 선 북한의 김성국 선수가 사격 남자 50m 권총 결선에 오른 것이다.
김성국 선수는 경기 초반 선두를 유지했지만 마지막 4발을 남기고 동메달에 머물렀다. 이변은 없었다. ‘사격의 신’ 진종오 선수가 올림픽 네 번째 금메달을 차지했다. 진종오 선수가 정상에 우뚝 선 순간, 김성국 선수는 실망하기보다 진심 어린 축하의 말을 건넸다. 기자회견에서 김 선수는 3등을 한 아쉬움에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침묵을 깬 그의 한 마디에서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우리 하나가 돼서 메달을 따면 더욱 큰 메달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통일이 되면 1등과 3등이 조선의 것으로서 더 큰 메달이 나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는 남북 단일팀의 공동입장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남북화합의 작은 불씨를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이기도 했다. 칠흑 같은 어둠이 드리워졌다면 이는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기 직전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지금의 남북관계가 그렇다. 누군가 통일이 무엇이냐 물어온다면, 패배도 승리로 바꿀 수 있는 ‘놀라운 기적’, 어둠을 빛으로 밝힐 수 있는 ‘새로운 아침’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기에 세계에 울려 퍼질 남북한 평화의 메시지는 어둠을 걷히고 찬란한 새 빛으로 반드시 밝아올 것이다.
박현우(안셀모) 통일의 별(Uni Star)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