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에 젖기도 하고 모진 바람에 쓰러질 수도 있다. 하지만 청년들의 꿈은 하루하루 그 과정을 견뎌내며 조금씩 영글어 간다. 얼마 전 분쟁지역의 교회지도자들이 서울에 모여 한반도 평화실현의 현실적 해결방안을 모색한 ‘2016 한반도평화나눔포럼’을 통해 레바논 출신 라이 추기경은 ‘개인’이 아닌 세상을 향한 ‘공동체’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라이 추기경은 가톨릭청년 특별대담에서 ‘자신을 위한 진리’가 아닌 ‘세상을 향한 진리’를 찾아 우리 청년들이 당당하게 꿈을 펼칠 것을 당부했다.
“Nothing is impossible.” 아무것도 없기에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지만 꿈이 있기에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불가능이 없는 청년만의 특권. ‘세상을 향한 진리’도 비밀의 열쇠인 ‘일상 속 작은 봉사’에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봉사는 타인을 위한 배려와 존중일 수도 있지만, 사실 자신의 삶을 치유하고 누군가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인생의 소중한 여정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3만 명을 넘어선 북한이탈주민들. 추석 같은 명절이 찾아오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독과 외로움이 엄습해 온다. 바쁜 삶 속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고향에 대한 향수. 어쩌면 탈북민에게 명절은 고향을 몹시 그리워하는 마음인 노스탤지어(nostalgia, 향수)라는 사전적 의미가 아니라, 70년 넘는 분단의 상흔으로 ‘북녘땅’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숙명적 차원의 ‘노스(north)탤지어(talgia)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고심 끝에 남북 청년들이 뜻을 모았다. ‘세상을 향한 진리’를 찾아 봉사를 통해 남과 북이 함께 행복한 추석을 만들기 위해 행동에 나선 것이다. ‘추석맞이 가족 어울림 한마당’이라는 이름으로 기획안을 작성했다.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식자재 구입비용도, 음식을 만들기 위한 장소도, 어떤 것도 주어진 것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추석만큼은 북녘땅 내 고향을 그리워하는 탈북민들의 외로움을 허물어내고 모두가 행복한 추석을 만들고 싶다는 단 하나의 꿈이 있었다. 남북 청년들의 힘으로 탈북민들과 한 가족이 돼 송편을 빚고 두부밥, 인조고기 같은 북한전통음식을 손수 만들어 먹으면서 서로 이야기하고 즐겁게 노래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었다.
음식 만들기가 서툴러 어머니들의 손맛을 빌리고, 식자재 구입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후원금 모집도 시작했다. 청년 단체들이 하나둘 뜻을 모으면서 십시일반의 놀라운 기적이 나타났다. 소액 후원금이 모이고, 참석자도 줄을 이었다. 물품후원, 장소후원 등 작지만 큰 도움의 손길이 전해지기도 했다. 9월 10일 토요일, ‘세상을 향한 진리’를 찾아 나선 남북 청년들의 무한도전이 북녘땅까지 전해져 십시일반의 기적이 우리들의 행복한 추석으로 별처럼 빛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박현우(안셀모) 통일의 별(Uni Star)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