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뜨겁다 못해 따가운 정도의 햇볕 속에서 낮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유난히 피곤한 그런 날이었지요. 그런데 문득 잠이 깼습니다. 잠든 지 2시간여가 지나 있을 뿐. 하지만 다시 잠을 청해도 정신은 더욱 또렷해지기만 했습니다.
책을 보고 핸드폰으로 올림픽의 이런저런 소식을 보았더니 잠은 더욱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다 문득 퇴근길에 보았던 노숙인이 떠올랐지요. 그는 백화점 앞 기다란 벤치에 쪼그리고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옆에는 소주병 하나가 놓여있었고요. 공원 벤치에도 노숙인들이 눕지 못하도록 칸막이와 같은 설비를 덧붙인다는 시대, 혐오감을 줄 수 있으니 지하철 등에 경비도 강화한다는 이 시대에 어쩌면 그 벤치는 노숙인이 등을 붙여 누울 수 있는 몇 안되는 쉼터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그 모습을 지켜봤었습니다. 백화점의 은은한 불빛이 그를 비추고 있었지요. 여름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잠시 했었던 것 같습니다.
새벽 2시, 어쩌면 누군가를 위해 기도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잠시 그 노숙인을 생각하며 기도를 했습니다. 어떤 사연들을 가지고 있든 제 몸 하나 뉘일 곳 없이 힘든 일상을 보내는 모든 이들이 조금은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도와주시기를 청했던 것 같습니다.
기도문 하나하나에 집중하려 했으나 생각은 저도 모르게 아버지에게로 흘러갔습니다. 며칠 전 척추 수술을 하신 아버지. 가끔 얼굴 비치고는 “괜찮으세요”하는 것과, 병원비 대는 걸로 자식 도리를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저를 돌아봅니다. 나이를 되돌릴 수야 없겠지만 사시는 날까지 조금이라도 정정하게 덜 고통스럽게 지내실 수 있기를 도와주십사 기도했습니다.
묵주는 또 앞으로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번엔 아들 녀석이 떠오릅니다. 부쩍 고집이 생겨서 말대꾸도 하고 속을 상하게 하기도 하지만 부디 건강하게 자라기를, 지혜롭게 제 삶을 꾸려나가기를, 남에게 폐 끼치지 않으며 바르게 자라나기를 청해봅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기도를 하는 것인지 추억을 곱씹는 것인지 모를 시간들이 지나고 있었습니다. 주변 사람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그들의 삶이 평안하기를 바라고 또 바라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러다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도와주세요, 이것 해 주세요, 저것 해 주세요’하는 이들이 주님 앞에는 얼마나 많이 있을까요.
기도는 주님과 대화를 하는 시간이라고 누군가 이야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대화는 주고받는 것일 텐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내 얘기만 하고 있는 저를 보니 좀 머쓱해집니다. 아무 말없이 참고 들어주시는 주님께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이 밤, 아무도 없는 제 곁을 묵묵히 지켜주셔서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주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주님, 당신의 목소리도 듣고 싶습니다.
이 가타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