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에서 녹색식물이 한 없이 약한 것 같지만, 이들이 피폐해지면 포식자들의 안위도 위협받게 된다. 이를 두고 생태계의 상호공생이라 한다. 이런 원리는 사람들의 사회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정치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건강한 도시가 건강한 자본주의가 유지될 수 있다”고 피력한 것은 바로 사회적 생태계를 보전하는 것이 기업의 발전에도 도움이 됨을 말한 것이다.
근래 우리사회에서 이윤의 극대화를 위한 무한경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승자의 논리가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곳곳에서 사람들의 신음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우리 사회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여러 가지 요인 중에서 최근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급격히 늘고 있는 청년실업의 문제일 것이다. 삼포세대로 대변되는 청소년들의 취업난과 그들의 좌절은 미래 한국사회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는 요인임이 분명하다. 2016년도에는 두 자리 숫자를 넘겨 버린 가파른 실업률 상승에 취업경쟁률도 몇 십 대 일, 공기업의 경우 백 대 일을 훨씬 웃도는 취업경쟁이 지속되면서, 청년들이 취업시험을 위한 고시원으로 내 몰리고 있다. 한창 뿜어져 나오고 작렬해야 할 그 젊음과 에너지가 업무능력과 상관없는 전시형 스펙쌓기와 시험을 위한 시험을 위해 몇 년씩 묵으며 활용되지 못하는 사회가 과연 건강한 사회적 생태계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오히려 기업에서는 구인난에 허덕인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의 여러 경제 보고서에서 기업의 생산성에 중요한 요소가 자본이었던 시대를 넘어 인재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 지적되고 있다. 얼마 전 전 세계 경영자들에 대한 조사에서도 조사대상 CEO 중 과반수가 향후 사업의 가장 큰 위기요소로 인재의 부족을 꼽았다고 한다. 기업은 사람을 목마르게 찾고 있는데, 가파르게 치솟는 실업률은 어떻게 된 것인가?
문제는 많은 기업들이 이미 완성된 인재들을 골라서 쓰기를 원하지만, 거기에 걸맞는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재라는 것이 원래 일을 통해 자기 훈련과 사회적 능력들을 배우며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이제는 다 만들어진 사람을 고르기만 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스스로 사람을 키워내는 노력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얼마 전 열린 세계경제회의에서도 청년실업 문제를 겪고 있는 각국이 이제는 기업이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실업률도 문제지만, 취직을 한 사람들도 비정규직이 OECD 국가 평균의 두 배이고, 그 가운데 정규직 전환도 회원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근로자가 필요 없는 게 아니라, 그 자리를 싼 임금으로 대체하고 다시 바꾸어 넣는 관행이 유행을 타고 있다.
우리나라의 개발초기 1960~70년대에는 국가가 기업의 부를 형성하는 과정을 지원했다. 그들이 부를 축적하면 국민도 잘 살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기업의 차례다. 이윤의 극대화 논리 보다는 건강한 사회생태계 형성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아야 한다. 아무리 찾아봐도 인재가 없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사람을 중시하고 키워내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다양한 파견직, 기간제 같은 임시직으로 인건비를 절약하는 것이 마치 효율적인 경영기법인 양 자랑 할 일이 아니고, 실은 그것이 함께 공존하고 사람을 키워낼 생각이 없음을 나타내는 부끄러운 일로 여겨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이 중시되는 새로운 생태계를 갈망하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이 새삼 다가온다. “나이든 노숙자가 길에서 얼어 죽은 것은 기사화되지 않으면서, 주가 지수가 조금만 내려가도 기사화되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복음의 기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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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환(알베르토·가톨릭대 의과대학 의생명과학교실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