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법’의 공식 명칭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며, 지난 9월 28일부터 실행됐다. 지난 2002년부터 부정부패법과 이를 근절하기 위한 위원회가 설치, 운영돼 왔지만 실제 그 기능이 유명무실하다. 이에 대한민국에서 첫 여성 대법관을 역임한 김영란 여사가 국민권익위원장 재임 시 2011년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금지하는 법 제정을 제안했고, 5년간 우여곡절을 거친 뒤 마침내 그 열매를 보게 된 것이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이 법의 적용대상은 우리 사회에서 올바른 양심을 가르치고, 양심을 수호하고 양심을 집행하는 데 그 결정권과 재량권을 가진 이들이다.
즉, 국가 지방공무원과 공직 유관단체, 공공기관의 장과 그 임직원, 학교장과 교직원, 학교법인 임직원, 언론사 대표와 임직원들….
필자는 이 법의 실행이 이제까지 암묵적으로 인정되던 사회 지도층의 부정부패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의식 변화가 반영됐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따라서 이 법안 실행의 성패 여부 역시 국민들의 시민 의식 수준의 성장과 법 실행에 대한 관심에 달려 있을 것이다.
2015년 부정부패 인식지수는 OECD 소속 34개의 국가 중 덴마크가 1위(부정부패 인식지수 91)였고, 한국은 27위 (부정부패 인식지수 56)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다시 말하면 한국인들은 자신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신뢰지수와 내 양심의 실행지수가 56 정도이며, 불신감과 비양심적 행위 지수가 44 정도라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왜 상식이 통하기 어려운가. 그 이유를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제 김영란 법 실행을 계기로 ‘윗물이 맑아지고, 아랫물도 맑아지는 사회’, 상식이 통하는 그런 한국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
법 시행에 앞서 법망을 빠져 나가기 위해 여러 가지 다양한 편법과 꼼수들을 고안해 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어떤 이들은 접대와 선물을 통해 호황을 맞았던 요식업, 농수축산계에 타격과 경제 침체를 우려하기도 한다. ‘돈은 돌고 도는 것, 모로 가던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가진 부류들의 생각일 게다.
이제는 이 사회 여기저기에 부풀려진 거품들을 거두어 내야할 시간이다. 이를 계기로 사회 관계망 곳곳에 고여 있던 혼탁한 물이 정화돼 신선한 물이 흐르게 된다면, 이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는 혈연·지연·학연의 ‘끼리끼리의 청탁문화’를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세월호 사건을 비롯하여 이 시대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하고 힘 빠지게 하는 사건들의 해결에 대한 실마리를 찾게 되고,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 질 높은 인적 자원이 공정하게 100% 활용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이런 사회구조 속에서 이 시대 한국인들이 좀 더 편안해지고 과도한 피로감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해 본다.
지금 이 시간, 그 어느 때보다 종교인들이 이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공돈을 바라거나 뒷배경에 의존하지 않고, 성실하게 노력한 만큼 받은 대가를 소중하고 기쁘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되도록 종교인들이 솔선수범해 이 사회에 좋은 기운을 퍼트려야 한다. 전 국민의 50%가 넘는 개신교와 천주교 그리고 불교가 힘을 합친다면 한국 사회의 양심지수가 급상승할 것이고, 올바른 시민정신이 자리 잡게될 것이다.
특히 다른 어느 종교보다 고위공직에 몸담고 있는 그리스도인의 비율이 훨씬 높음을 상기할 때, 신앙인들의 회개가 절실히 요청된다. 불가능이 없으신 하느님 앞에 간절히 두 손을 모아 본다. 주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저희가 당신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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