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면 남친 없겠네요, 바빠서.” “취업 준비생이면 여친 없겠네요, 빡세서.” 최고시청률 38.8%로 종영한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드라마 속 명대사는 ‘젊은 통일 아카데미’의 SNS 홍보문구로 청년들에게 전달됐다. “사과할래요? 함께 갈래요?” 새로운 한류스타 송중기(유시진 대위)의 패러디 명대사는 눈 깜짝할 사이, 40명이 넘는 남북청년들 심지어 푸른 눈의 외국인 청년들까지 일시에 소집해냈다.
청년들이 통일·안보 캠프에 뜨거운 반응을 보인 이유는 간단하다.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드라마의 인기를 살려 캠프장소를 민통선 내 ‘태양의 후예’ 촬영지인 캠프 그리브스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프로그램을 주최한 민주평통 영등포구협의회에서 청년들의 주체적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소중한 기회와 ‘무한한 신뢰’를 주었기 때문이다. 어른세대가 한마음으로 믿고 성원해 주었기에 청년들의 ‘열정’과 ‘패기’가 온전히 발휘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청년들의 주체적 역량은 청년 스스로가, 자신이 원하는 목표와 비전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자라난다. 단순한 의견개진이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온전히 담아내고 자유로운 상상력이 실제 현실로 이뤄지는 과정을 경험함으로써 청년들은 누군가의 삶을 살아내는 수단으로서의 존재가 아니라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능동적인 목적을 창출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어른세대가 청년들에게 실패 속에서도 다시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한다.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들을 삶의 지혜와 경륜으로 함께 해결해 나가려는 무한한 관심과 인내도 필요하다.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과정을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다면, 공감과 소통에 기인한 새로운 미래를 청년 스스로 마음껏 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10월 5일 ‘통일그림을 그리다’를 주제로 한 제6회 ‘남북대학생 통준(통일준비) PT 경진대회’ 본선 현장에서 직접 이 사실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남북대학생으로 구성된 11개 팀은 6개월 동안 서로 머리를 맞대고 치열한 문제의식 속에서 직접 기획한 활동을 통해 새로운 통일비전과 통일과정에서의 사회문화적 통합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통일 공감대 확산 캠페인, 수혜자에서 우리 이웃으로 나눔을 실천한 노숙인 도시락 봉사, 남북청년 문화공유모임, 통일 향기를 전하는 디퓨저(Diffuser, 방향제) 제작 등 차별화된 활동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홍용표 통일부장관, 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등 통일의 어른세대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이를 정책 반영에 힘쓰겠다는 약속으로 용기를 심어줬다. 남북청년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해 나가는 ‘책임지는 참여’와 ‘자발적인 성과’를 경험할 수 있었다. “저희가 그 힘든 걸 또 해냈지 말입니다.” 어느 학생의 말처럼,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남북청년들의 이 한 마디가 어른들의 믿음 속에서 자주 들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박현우(안셀모) 통일의 별(Uni Star)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