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관련 내용이 연일 여러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선물은 얼마 이상 안 되고 식사비도 상한선이 얼마라느니, 정말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내용들이다. 아직도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면도 있는데, 그냥 크게 요약하면 공짜로 뭔가를 받을 생각하지 말고 또 줄 생각도 하지 말라는 것 같다. 또 자기가 매일 하고 있는 일상적인 삶에서 나오는 대가 외에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메시지로도 들린다.
필자는 직업상 학교에서 진행되는 수업 외에 이런저런 일로 특강이나 세미나에 초대받는 일이 자주 있다. 그리고 한두 시간 열심히 떠들고 나면 그에 합당한 보상으로 강의료를 받게 된다. 또, 그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다 보니 이왕 하는 거 강의료가 더 높은 곳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된다.
그런데 이제 사립학교 교원들도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 되어 강의료는 일정 수준 이상 받기 힘들게 됐다. 게다가 매번 외부 강의를 나가려면 학교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그 신고서 내역을 보면 강의 내용이나 장소는 물론 강의료까지 상세하게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 교수들이 다달이 외부강의를 통해 얼마를 더 받고 있는지가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다.
사실, 매달 월급을 받는 입장에서 가욋돈이 생기면 좋긴 하다.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거나 평소에 눈여겨보았던 책을 사든가, 아니면 아이들과 함께 외식을 하는 등 여러모로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그래서 가끔은 강의료가 너무 적거나 더구나 멀리까지 가야 하는 경우라면 이리저리 잔머리를 굴리기도 한다. 그리고 강의를 요청한 곳이 영리기관이라면 강의료에 대해 협의를 하고 적절한 수준의 강의료를 제시하기도 한다. 물론, 비영리 기관의 경우라면 강의료를 묻지 않고 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강의는 오랜 기간 동안 공부하고 익힌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진행하는 일이기에 당연히 그에 대한 보상을 원하기 마련이다. 또 그 한 번의 강의를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준비 작업을 하기에 합당한 강의료를 요구하는 것 자체는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보상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내가 하는 지식 서비스의 소유권이 모두 나에게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하게 되는 질문은 “정말 내가 가진 지식을 바탕으로 한 강의라고 그 모두가 나의 것일까?”하는 것이다. 알고 보면 내 것이라 할 만한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 머리속에 들어있는 지식도 모두 누군가로부터 받았으며, 타인의 노력과 수고로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어 필자의 경우, 시간이 나면 술을 마시거나 놀러 나가는 일보다는 그래도 책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마음은 아버지로부터 왔다. 또 낭비하지 않고 아껴 쓰면서 집안 살림살이에 신경 쓰게 된 것은 어머니로부터 왔다. 또한, 여러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아도 크게 떨지 않고 말하게 된 것은 젊은 시절 주일학교 교사를 하면서 배운 것이다.
다달이 들어오는 월급만 해도 그렇다. 대학과 필자 사이에 맺어진 계약이 있기는 하지만, 알고 보면 그 돈의 대부분은 학생이 내준 것이다. 그리고 그 학생들이 낸 돈은 학부모들이 피땀 흘려 번 돈에서 나왔다. 즉, 학부모들의 돈이 대학을 거쳐 내게로 온 것뿐이다.
이 가을에 새삼 깨닫는 것은, 내 것이라 할 만한 것이 별로 없기에 내가 하는 강의라 해도 금전적 보상을 포함한 소유권을 주장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러니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냥 전해주어야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거창한 대가를 바랄 일도 아닐 것이다. 특히, 월급 외에 받는 돈은 누군가가 더 좋은 곳에 쓰라고 맡겨준 기부금 정도로 생각하면 될 일이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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