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가을이 시작되는 날에 사회 초년생의 일상에 찌들어 현실에서 느끼는 부유감을 떨치기 위해 소보둥지로 향했습니다. 친구들을 통해, 기사를 통해 접하는 소식만 봐도 최근 사회는 스스로에게 애정을 가지는 자존감을 용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기분을 위로받는 데 도움이 될까 하는 기대와 같은 종교인이 아니라 불편해하거나 종교를 강요받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함으로 소보둥지에 도착했습니다. 물론 반가움이 가득한 수녀님의 얼굴을 보고 그런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단순히 존재만으로 감싸 안기는 느낌이 드는 포근한 곳이 또 있을까요? 소보둥지에 있는 평화는 단순히 좋은 풍경 때문에 느끼는 것이 아닙니다. 3일간 소울스테이 프로그램을 통해 했던 명상과 떼제 묵상은 무한한 애정을 느끼며 소중한 당신, 보물 같은 너를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비가 와서 아쉽다는 생각마저 비 덕분에 더 좋은 경치를 감탄할 수 있게 되었다며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면 혼자서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했는데, 소보둥지의 3일 같은 경험은 어디서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어디에서도 진정으로 채워지지 않던 정신적인 충만함과 만족감을 머무르는 동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곳이 존재함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어야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고 누군가 말했습니다. 소보둥지에 오기 전에 나를 사랑해주기 위해 쓴 시간이 참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스트레스와 상처를 참으로 위로받고 보듬어진 기분입니다. 아, 이런 것이 무한한 사랑받으며 보호받는다는 것인가 생각도 듭니다. 짧다면 짧은 3일의 체험이 사람의 기억에 남아 지금껏 마음의 물결을 다스리는 힘으로 아직까지 발휘되고 있는 것이 너무나 고맙고 놀랍습니다.
일상에서, 사회에서 도피처가 필요한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분들이 자신을 확인하고 일상의 고난에서 피난 와야 할 곳이 이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분들이 소울스테이를 알게 되고 소보둥지를 통해 평안을 얻었으면 합니다. 특히 저처럼 쉽게 오갈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잘 알지 못했던 사람들도 알게 되었으면 합니다.
종교를 잊고 위로와 공감을 받고, 자기애와 동정심을 가지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머무는 동안 보듬어 주시고 맛있는 식사를 챙겨주신 소보둥지의 수녀님들과 같이 소울스테이를 했던 자매님들께 항상 즐거움과 사랑이 있기를 바랍니다.
윤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