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마다 시국미사를 봉헌하는 가운데, 청주교구도 정의구현사제단 주관으로 11월 9일 박근혜 퇴진 민주회복기도회를,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 500여 명이 봉헌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신자들 중 일부는 중대한 시국미사가 있을 때마다, 본당에서는 왜 소식이 전해지지가 않는지 답답함을 호소했다. 기도회에 오신 사제 59명 중 본당에 시국기도회가 있다는 것을 알린 사제는 얼마나 될까?
이번 사태를 보며 ‘침묵’이 얼마나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는지, 그리고 나 역시도 세상의 죄, 사회적 죄 앞에 자유로울 수 없음을 반성하며 성찰해보았다. 시국미사를 열거나 사회문제에 있어서 어떤 사안이 있을 때마다, 가끔 신자들로부터 항의 전화나 문자를 받곤 한다. 처음에는 일일이 답변해주다가 언젠가부터 시비 붙고 싶지 않아 무대응하는 게 버릇처럼 됐다.
11월 12일 광화문에 모인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 중 한사람으로 나도 함께했다. 정치는 삼류지만 국민은 일류였다. 개인이 아닌 함께할 때 어떤 것도 극복할 수 있겠다는 위대함도 보았다.
본당 주임신부님도 거의 매일 박근혜 퇴진과 관련한 시국상황을 강론하고 모임에서도 훈화해 주셨다. 한두 명 나에게 지역에서 집회가 언제 있는지 문의를 해왔다. 그래서 본당신부님께 지역 시국대회 일정을 게시판에 써서 붙여놓아도 되는지 여쭙고 허락을 받았다. 행여 보수적인 신자들이 많은 곳이라 신부님께 항의전화가 갈까 봐 교회 가르침을 적은 대자보를 썼다. 세상의 모든 권위는 하느님께로부터 오지만, 민주공화국에서 정치권력은 어떻게 오고 이번 사태처럼 정치공동체 질서 안에서 자기 집단의 이익을 내세워 공동선을 거스르거나, 공동체 기본윤리 질서를 깨뜨리는 정치 권력자에게는 저항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과 지역집중 시국대회 일정을 적었다.
항의는 없었다. 폰에 저장된 신자들에게 지역시국대회에 동참해줄 것을 알렸다. 집회에 처음 나오는 자매가 무섭다고 하여 현수막도 하나 맞춰 천주교 신자들과 함께했다. 이번 사태를 보며 교회의 모습도 반성해 봤으면 좋겠다.
가톨릭교회교리서 1868-9항은 개인적 차원의 죄가 어떻게 사회적 차원의 죄와 결탁하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세상에 대한 하느님의 뜻은 사람들이 마음을 합하여 현세질서를 개선하고 끊임없이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현세질서를 바로 세우고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도록 힘껏 도와주는 것이 온 교회의 임무이다. 사목자는 창조목적과 세계 이용에 관한 원칙을 분명하게 밝혀주고 현세질서가 그리스도 안에서 바로 세워지도록 도덕적 영성적 도움을 주고, 평신도는 현세질서 개선을 고유임무로 알고 복음의 빛과 교회정신의 인도를 받아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며 확고하게 바로 행동해야 한다.”
이것이 평신도교령 7항의 교회가르침이다. 각각의 역할에 대해 한 번쯤 묵상해봤으면 좋겠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그런 정체된 곳에 성령께서 어떻게 활동하시겠는가? 생각이 다른 사람과는 대화도 해보고, 모임에서 정치이야기도 해보자. 유언비어 글을 보내오면 진실된 글을 열심히 보내자. 진실이 알려지려면 두세 배로 노력해야 한다. 깨어있는 신자들이 조직적으로 연대하는 힘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