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라면서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많은 활동을 하며 생활한다.
동물이나 바다생명들도 성장하면 서식지를 떠나 넓은 세상에서 먹이활동을 한다. 그러다가 어떤 어종이나 조류들은 산란기가 되면 자신이 태어났던 곳을 찾아 이동한다. 제비의 귀소본능은 신기할 정도로 정확하게 작용한다. 9월 초에 강남으로 떠났던 제비는 삼월 삼짇날이 지나면 자신이 태어난 둥지를 찾아와 산란한다.
요즘은 현대화된 주택구조로 인해 제비집이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교동도 대룡시장에 오면 제비집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1950년대 세워진 대룡시장 골목에는 제비집들이 빼곡히 지어져 있다. 해마다 가을에 만 리 길을 날아갔던 제비들이 봄이 되면 다시 대룡시장을 찾아 날아든다. 실향민 어르신들은 친정을 찾아오는 자식을 맞듯 제비들을 반갑고 감격스럽게 맞아들인다. 자신들은 강 건너 지척에 둔 고향을 가지 못하고 있는데도 제비들은 먼 길 마다 않고 어김없이 태어난 둥지를 찾아와 주는 것이 고맙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향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향을 찾아오는 제비들을 볼 때마다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자신들의 처지를 생각하며 많은 위로를 느낀다고 한다.
사람에게나 동물에게나 고향은 어머니의 품처럼 따스하고 넉넉한 정을 느끼게 해주는 곳인가 보다. 임종을 앞둔 교동도 실향민들은 “고향이 보이는 곳에 묻어 달라”는 마지막 염원을 자녀들에게 남긴다. 한동안 교동도는 북녘땅을 마주하고 있는 산기슭이나 조강 언저리에 줄무덤이 자리하고 있었다. 죽어서라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실향민들의 귀소본능 때문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향민들은 고향 이야기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자유롭게 말하거나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강 건너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곧 북조선을 그리워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교동도에서는 실제로 ‘통일’이라는 용어는 매우 조심스럽다. 통일교육이라는 프로그램도 아직은 어색하기만 하다. 지금도 실향민 2세들에게 부모님의 고향이야기는 불편한 진실일 뿐이다. 오랫동안 분단의 피해 속에서 소통의 부재인 상태로 살아온 접경구역의 특수한 환경이다.
통일부가 올해부터 어느 화가의 제안으로 ‘그리운 내 고향 그리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실향민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기억에 남아있는 고향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게 하는 작업이다. 이것은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귀소본능을 표현한 그림을 통해 후세들에게 통일의 중요성을 알리고 통일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창의적인 예술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뿐만이 아니라 고향 이야기를 영상자료에 담아두는 것은 어떨까. 얼마 남지 않은 이산가족과 실향민들의 증언들을 담아 다음 세대에 들려주는 것도 매우 훌륭한 교육자료가 될 것이다. 전쟁 전 북한의 평화스러운 모습을 기억하는 것도 긍정적인 통일문화를 형성해 가는 데 좋은 역량으로 작용할 것이다.
김영애(데레사) (사)새우리누리 평화운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