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우리 둘째 오빠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오빠 사위의 견진성사 날, 오빠는 흐뭇한 마음으로 주일 아침 성당에 가서 견진자들 뒤편에 앉아 미사에 참례하셨습니다. 입당성가가 시작되고 잠시 후 오빠는 스르르 옆으로 쓰러지셨답니다. 모두 놀라 웅성거리니 즉시 해설자가 “이곳에 의사나 간호사분 있으면 나와주세요”
그때부터 사람들이 심폐소생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미사에 참례하던 올케는 충격에 그저 목이 타도록 ‘주님 살려주세요, 주님 살려주세요’ 온몸으로 하느님께 매달리는데, 도무지 순식간에 일어난 일. 미사는 지연되고 119에서 와서 의료장비를 동원해 응급처치를 했으나 오빠는 순식간에 이 세상을 떠나시고 말았습니다.
오빠의 운명 소식은 우리 형제들에겐 충격 그 자체로 도무지 믿을 수 없어 생각할수록 아프고 또 아픕니다. ‘꿈일 거야, 아닐 거야’를 자꾸 되새기며 아무래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빈소가 차려지고 모두의 놀란 가슴마다 아픔이 서려있습니다. 영정 앞에서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충격과 아픔을 토해내며 울부짖습니다. “오빠! 어찌 그리 바삐 가셨나요.”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도 소리를 들으며 모두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게 있을 뿐이었습니다.
오시는 문상객들 하나같이 놀라고 충격에 가슴 아파합니다. 79세까지 살아오시면서 몸이 건강한 것으로 늘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샀던 오빠. 우리 형제간의 우애에 늘 앞장서고 일가친척들 경조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온 집안에서도 좋은 분으로 사랑받으셨지요. 그렇다고 자랑하지 않고 늘 따듯하고 푸근하고, 어디서 그렇게 많은 사랑이 나오는지 십수 년 전부터 주말농장을 하면서 힘들여 지은 농산물을 우리 형제들, 친구들을 불러 나누는 일을 변함없이 해오셨습니다. 오빠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높은 자, 낮은 자, 잘난 자, 못난 자를 똑같이 대하시고 사랑하셨습니다. 또한 남을 비난하거나 흉을 보든지 하는 일도 전혀 없었습니다. 단 하나의 칭찬거리가 있으면 그것으로 다른 이를 칭찬하는 분이었습니다.
오빠가 세상을 떠난 후 올케에게 아는 이의 전화가 걸려왔다고 합니다. “그분은 만인의 연인이었어요. 그런 분하고 함께 사셨으니 복이 많으십니다.” 제 오빠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저번에는 농장을 홀로 찾아가 보았습니다. 모든 것은 그대로 있는데 반겨줄 오빠만 없네요. 하늘을 향해 이 애틋한 그리움을 전합니다.
“오빠! 보고 싶고 참으로 사랑했어요. 오빠의 동생으로 태어난 것이 정말 행복합니다. 오빠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잘 계세요.”
예수님께서 늘 하시는 말씀 중 가장 핵심은 사랑이고 그 다음은 나눔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오빠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실천하며 살아왔으니 아마도 하느님께서도 사랑으로 순식간에 하늘나라로 데려가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빠의 빈자리가 너무도 크기에 도무지 메워지지 않지만, 먼저 떠난 우리 교형자매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도 오빠처럼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주님, 오빠처럼 사랑하고 나누게 도와주소서. 주님, 미카엘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