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현재 미국 시카고에 거주하고 있는 김철권(레오폴드)씨가 11월8일 중국 연변지역과 한인교회를 돌아보고 보내온 특별 기고문이다. 김철권씨는 지난 9월 한국에서 개최된 아시아 태평양 꾸르실료 협의회 회의에 미주지역 한인대표로 참가키 위해 내한 체재 중 중국을 방문했었다. (편집자 주)
1986년 8월 필자가 연변지방을 찾아본 것은 그 고장을 떠난 지 38년 만에 이산가족(단 하나의 누이동생)을 만나보기 위한 것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듯이 해방 후 모조리 없어졌던 연길교구의 본고장인 연길시에 근 40년 만에 새로이 본당 건물이 준공되어 8월 15일 첫 미사에 이어 9월 14일에 준공 축성미사를 봉헌하는 시기를 맞춘 셈이 되었다.
연변지방 도시에서 모여든 4백여 명 신자들로 1백20평 성당 안이 꽉 들어찬 성대한 축하잔치였다. 첫 미사가 끝난 다음 주일부터는, 황량한 양상으로 바뀌었다. 남신자 10여 명 여신자 30여 명으로 옛날 공의회 이전 예식인 라틴어 미사 봉헌은 필자의 눈에는 몹시도 처량한 모습이었다. 남녀 신자들이란 모두 60~70세 이상 노인들뿐이었으니까.
그때로부터 6년이 지난 11월 8일 두 번째로 찾은 연길성당은 들어서자마자 활기찬 모습이 몸에 와 닿았다. 우선 성당 안이 신자들로 꽉 들어찼다. 제대가 신자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매일미사책이 한국에서 발행한 것이었고 성가도 또한 같은 것이었다. 미사전례의 순서도 똑같은 것에 정신이 벙벙하여 여기가 한국의 어느 시골교회인가 주위를 되살펴 보기도 하였다.
주일미사는 아침 6시 반에 중국인을 위한 미사이고 8시 반은 조선족을 위한 미사였다. 미사 후에 새로운 얼굴들이 나타났다. 그것은 서울에서 유학 온 청년 2명과 미국인 남자, 동구권 여자 한 사람씩 얼굴이 보였다. 미국인 신자에게 다가가 통성명한 즉 그는 안례도라는 한국명을 갖고 있는 미국 시카고본당 신부이면서 작년에 자원봉사 하러온 메리놀회 소속 사제로서 연변대학 농과대 영어강사를 맡고 있었다. (연변의과대학에 구신부도 또 한 분 있음을 알게 되었다.)
미사 후 사제관에 들러 교포 본당신부(엄태준)에게 인사를 하고 사연을 알아본 즉 작년부터 이 같은 새로운 미사양식을 채택하여 왔으며 또 한 가지 특기할 일은 다음주일부터 외국인 신부에게도 공동으로 주일미사를 집전할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알려주었다. 연변자치주 종교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11월15일 연중 마지막 주일에는 엄 신부와 안 신부 두 분이 공동 집전하는 미사에 참여하는 감격적인 시간을 또 한 번 맛보았다.
이제 연변교회는 새 모습에 활기찬 전진을 거듭하고 있다. 1988년에 훈춘성당이 세워지고 올해 7월에는 엄청난 소용돌이를 겪었던 팔도성당이 연변지방에서 제일 규모가 큰(1백50평) 성당이 되어 준공식을 독일 베네딕도회 총 아빠스 주례로 거행하였으며 6년 전에 못 보았던 젊은 남녀 신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신자수도 연길 4백 명, 팔도 5백 명, 용정 70명, 안도 1백60명, 도문 50명, 천보산 50명, 석현 1백 명 등 그밖에 훈춘, 왕청, 화룡, 돈화, 로투구, 투도구, 목단강을 포함하여 전체 신도수는 2천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해방 전 옛날 연길교구가 조선 교구에 속해 있으면서 서울 대구 원산 다음으로 큰 교구였던 때와 비교해 볼 때 유치원 정도로 밖에 비교가 안되었다. 이 많은 본당을 엄 신부 한 분이 맡아 사목을 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중국이 등소평시대로 접어들면서 개혁과 개방화 정책에 맞추어 필자는 한국에서의 획기적인 지원책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제 한중 수교가 이루어졌다. 수출입, 상거래, 기업진출 기술, 학술원조 등 다양한 실물거래가 풍성해져 갈 이때에 한국의 3백만 교형자매들이 이들 연변교회를 위해 조그마한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연변교회는 일시에 더 큰 변모와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북한선교회 아래 연변교회 후원회 같은 기구를 새로 만들고 전국적인 후원활동과 외국거주 교포 신자들에게까지 후원회 지원을 호소한다면 문제는 쉽게 풀어질 것 같다. 감히 필자는 한국 주교회의에 호소하고 싶다.
앞으로 4년이 지나면 연변의 석학 김영렬이 천릿길을 걸어서 원산본당을 찾아가 세례 받고 선교를 시작한지 1백주년이 되는 해가 된다. 여기에 때맞추어 원조의 손길이 뻗친다면 연변교회는 옛 모습을 되찾는 영광을 맛보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렇게 된다면 지금 큰 문제로 제기되어 있는 연변 동포들의 무작정 모국 방문의 꿈을 일깨워 주는 데에도 큰 몫을 할 것이 거의 틀림없는, 획기적인 큰 사업이 될 것이다. 교포사제 한 분 뿐인 연변교회에 주여 많은 성소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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