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만인가 어린이 미사에 참석하게 되었다. 같은 또래의 남자끼리 여자끼리 나란히 앉은 귀여운 모습들 천주님 앞에 샛별처럼 빛나리라.
맑고 높게 올라가는 성가 기도소리, 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하얀 돌멩이 위를 돌돌 굴러가는 시냇물에 뻐얼건 쇳물을 쏟아붓는 것 같아서 잠자코 그 소리에 귀 기울였다. 초여름 바람에 반짝거리는 나뭇잎 소리 같은 것, 아기 꾀꼬리 소리 같은 것, 저 아이들이 커서 남을 해치는 일은 없겠지, 좋은 지도자 또는 사회인 노동자, 훌륭한 신앙인이 되어 빛을 더하겠지, 성부 성자 성령께서 늘 살펴주시고 지켜주시기를……
그 누구도 아이들을 학대하거나 생활수단에 이용하려 하지 않기를 바라고 싶다. 지금 이 시간 쓸데없이 돌아다니거나 뒹굴고 있을 아이들을 이 자리에 데려와야 할 우리들의 책임을 무겁게 느낀다. 머리 빗기고 곱게 옷 입혀 성당에 보내주신 엄마 아빠가 고맙고 바쁜 중에 함께 하시는 교리 선생님들이 고맙다.
미사보 안 쓴 여자 아이들에게 『다음부터는 미사포 쓰고 와요 얼굴을 가리면 훨씬 더 이뻐 보여요』하시는 보좌신부님 말씀이 인상적이다. 훗날 이 나라 주인이 될 코 작고 눈 작은 우리 아이들. 그러기에 더 귀하고 소중한 한국의 어린이들, 때 묻지 않고 구김살 없이 그저 무럭무럭 자라주기를 기도하는 마음, 이렇듯 귀엽고 소중하기에 예수님께서 『어린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갈 수 없다』고 하셨던 것이다. 많은 것을 배우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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