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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추기경님이 타고 계시더라는 국민차 광고를 본 일이 있었다. 아직도 크고 좋은 차가 한국사회에서는 사람의 신분과 권위를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가톨릭교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존경받고 계시는 추기경님이시기에 그 소형차에 타신 추기경님이 화제에 올랐던 것이다.
92년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 중순 나는 번잡한 시내에서 반포대교 쪽의 사무실로 차를 몰고 가는 중이었다. 갑자기 차선을 바꾸면서 끼어드는 그랜저 승용차가 얄밉기도 했지만, 판공성사를 보기 전에 또 죄 한 가지 더 늘 것 같아서 앞 운전자를 쳐다만 보았다.
앞차 운전자는 스님이었다. 수도승의 상징인 먹물을 염색한 승복을 입고 있었다. 나는 묘한 감정에 빠지기 시작했다. 「스님이 그랜저를 몰고 끼어들기 한 것이 뭐가 이상한가? 그동안 세월이 얼마나 변했는데…」하며 앞차를 바라보는데 뒤에서 빵빵거리며 라이트를 깜박거리는 차는 콩코드 신형차였다. 그 운전자 역시 승복을 입은 스님이었다. 글쎄, 같은 날 같은 순간에 두 수도승이 앞뒤에서 고급차로 내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 싶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화가 나고 괘씸한 느낌이 들었다.
앞뒤를 자세히 보니 총무원에 있는 큰 스님 얼굴은 아니고… 각자 다른 방향으로 속력을 내며 달려가는 두 고급 승용차를 바라보며 나는 새로운 감회에 젖었다. 「이제 성직자 수도자들의 참모습도 세월 따라 바뀌어가나?」
24년 전 나에게 법명을 내려주고 참선을 같이하며 강의하시던 스님들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나는 입맛이 쓴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싯달타의 고독과 관세음보살의 대자대비행을 강의하며 새벽부터 콩을 따고 까서 떡을 해주던 큰 스님의 얼굴이 갑자기 보고 싶어졌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세상은 대통령 선거전으로 떠들썩한데 맹인의 손을 따스하게 잡고 장애인들의 침을 닦아주며 고통을 함께하시는 수녀님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주교님의 캐피탈 승용차도 생각이 나고 내가 사랑하는 모든 신부님도 생각났고 성당 짓는다고 아픈 몸으로 먼지 속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빈혈로 쓰러질 듯한 하얀 얼굴의 본당 신부님이 생각났다. (나는 다른 글은 다 쓸 수 있어도 성당 짓는 우리 신부님 이야기는 눈물 없이 글로 쓸 수 없다. 왜냐하면 어떤 표현도 그분에게 누를 끼칠 것 같기 때문이다) 두 승려의 자동차 때문에 넋두리가 길어졌다. 우리 가톨릭교회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교회에서도 나눔의 공동체를 실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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