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어릴 때, 집안 어른께 등록금 부탁하러 갔다가 거절당하고 돈 없으면 취직이나 하지, 공부는 해서 뭐하느냐고 호통까지 받고 돌아선 적이 있었다. 그렇게도 원망스러웠고 마음 아팠지만, 어린 마음에 굉장한 교훈을 심어 준 사건이기도 했다.
돌연한 일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웬만큼 예측이 가능한 일이라면 항상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한다는 교훈이었다. 이 교훈을 나는 지금도 새겨 두고 그렇게 살도록 노력한다. 내가 어른이 되고 그분이 할아버지가 되신 후에 그때의 일을 기억하시며 용서를 청했을 때, 나는 너무도 그분이 고마웠으며, 지금 그렇게 말씀해 주신 것도 저에게는 큰 복이었다고 말씀드렸더니 몹시 흔쾌해 하시던 것을 잊을 수 없다.
우리 민담은 언제나 권선징악으로 착하면 복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악한 사람이 잘 사는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우리가 지금 「복 받다」「잘 살다」라는 말의 의미를 물질적인 풍요에 둔다면 설명이 힘들지만, 정신적인 것으로 바꾼다면 달라질 것이다. 「복」이 잘 먹고 잘 사는 일이라면 먹는 것은 물질적 풍요요, 잘 사는 것은 정신적 풍요일 것이다. 이 균형 잡힌 풍요가 복일 것이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픈 사람은 정신이 풍요롭지 못해서 못살 것이다.
어린 나에게 고통을 주고 평생 마음 아프게 사셨던 그분은 평생 못 사시다가 용서를 청할 때 잘 살 수 있었고, 시련과 가난에서 이를 악물고 공부하고자 했던 나는 어쩌면 그것이 복이었는지 모른다.
도깨비의 복 방망이가 복을 줄 때는 물질로 하고 벌을 줄 때는 정신적 고통으로 하였던 것은 이해하기 쉽도록 한 것이다. 때로는 벌을 물질로 줄 수 있고, 복을 정신 차리도록 호통으로 주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과거에 급제하고 돌아오던 선비가 산길 싸리나무 앞에서 절했던 것과 정초에 나는 「그분」의 호통에 감사하며 죽은 이를 위한 기도를 하는 것이 다를 것이 없으리라. 그러나 정초에는 푸짐하고 너그러운 덕담으로 「복」을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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