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구 가정대회가 만여 명의 신자들이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을 가득 메운 가운데 성대히 열렸다. 그 화려하고 장엄한 예식을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어서 나는 카메라를 가져오기 위해 급히 주차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나의 그 꿈은 주차장에 달려간 후 그것으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 사이에 많은 차량이 들어와 아무렇게나 내 차 앞뒤에 주차해 있었는데 그 차들이 무질서하게 입구를 막아놓고 있어서 테니스를 치고 귀가하려던 어느 부부의 차가 옴쭉달싹도 못한 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부부는(처제까지 세 사람이었음) 30여 분 전부터 그곳에 서 있었다며 나를 보자 구세주라도 만난 듯 방송을 통해 차 좀 빼게 할 수 없느냐고 물어왔다. 그들은 바로 앞에 있는 차 한 대만 빼 주면 요령껏 빠져나갈 수 있겠으니 이 한 대만 뺄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들 부부의 사정이 딱한 것보다도 신자라면서 길 입구에 무질서하게 차를 세워둔 것이 내 일처럼 부끄러워 『그러겠노라』 쉽게 대답하고 다시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차량 번호와 방송을 요망한다는 짧은 글귀를 제대 위 사회자에게 건넸다. 그러나 사회자는 혼배갱신식이 다 끝나고 예물 봉헌이 시작되도록 멘트를 하지 않은 채 계속 불러야 할 성가 번호만 연결시키고 있었다.
시간이 꽤 흘렀다.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부부 중 남자가 기다리다 지쳤는지 안으로 들어와 내게 어찌된 거냐고 물었다. 진중한 예식 중이라서 방송을 못했는데 조금만 더 기다리라 해 놓고 다시 쪽지를 적어 사회자에게 전했다. 외인 차니까 빨리 멘트 좀 하라고.
그러나 역시 무반응. 그러자 이번엔 그 남자가 직접 제대 뒤 임원에게 다가가 항의를 했다. 임원은 그를 입구 쪽으로 데리고 나와 지금 미사 중이라서 그런 방송은 할 수가 없으니 미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화가 치민 남자 못지않게 나 역시 무언가 잘못되어 간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지면상 그 후의 상황과 욕설을 여기에 적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그날의 상황을 놓고 볼 때 무언가 나 자신도 분노를 금치 못해서 이 글을 적는다. 나는 생각해 보았다. 아무 죄도 없는 그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전례의 중요성만 강조해야 하는가 하고 그들 부부는 결국 행사가 다 끝나고 교우들 차가 다 빠져나간 뒤에 두 시간 이상을 갇혀 있다가 그 지옥 같은 장소를 떠날 수밖에 없었는데, 과연 그 행사가 우리들만 행복하면 그만인 행사인가 하고.
나는 그들 부부가 우리의 사소한 실수 때문에 겪은 정신적 피해도 피해지만, 그들 세 사람이 만나는 무수한 사람들에게 그 때의 이야기를 들려 줄 일이 더 두렵고 무섭다. 미사 때마다 전교를 위한 기도를 드리고 가두 선교단이 매주 거리에 나가 교회를 믿으라고 외쳐댄들 이런 작은 것 하나 바르게 처신하지 못한다면 사상누각이 따로 없을 것이다.
욕설을 퍼붓고, 악담을 하는 그들 부부의 교양에 문제가 있다 하기 전에 그들이 욕을 하게끔 행동한 우리 자신부터 질타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사회자가 성가곡을 말하면서 한 마디만 멘트를 해주는 성의를 보였던들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왜 그리도 오래 남는지.
끝으로 교회란 우리들만의 것이 아닌 만인의 것, 즉 가톨릭(보편성)적이어야 함을 감히 주장하면서 이 넋두리를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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