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교구장 김운회 주교가 유기견 프리를 안고 있다. 성탄과 탄일이라고 이름 지어진 강아지 두 마리는 지난해 성탄을 며칠 앞두고 태어났다. 춘천교구 문화홍보국 제공
2016년 예수 성탄 대축일을 며칠 앞두고, 춘천교구청에서 생긴 일이다. 박진리 수녀(춘천교구 비서실)가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 글을 보내왔다.
3년 전 어느 봄날, 태어난 지 4개월 정도 된 작은 유기견 한 마리가 교구청 주교관에 들어왔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고 신부님, 수녀님들을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김운회 주교님께서는 자유롭게 들어왔으니 자유롭게 살라고 ‘프리’라고 이름을 지어 주었다.
그런데,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신자 분이 ‘프리’를 보더니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한 기형으로 태어났다고 했다. ‘프리’는 허기가 채워지지 않은 듯, 몇 달 동안은 먹는 것에만 집중했다. ‘프리’는 점차 안정을 찾았고, 사람들을 무척 좋아해서 교구청에 찾아오는 순례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기쁨을 선사하기도 했다.
재작년 겨울, 교구청 옆에 위치한 효자동 성당에도 강아지 한 마리가 들어왔는데, 대림시기에 왔다고 김근오 주임 신부님께선 이름을 ‘대림’이라고 지어주었다. ‘프리’와 ‘대림’이가 이웃이 된 지 일 년 정도 지날 즈음, 그 둘은 사랑을 했고 새 생명을 잉태했다.
심장이 약한 허약 체질인데도 ‘프리’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아침마다 미사를 봉헌하고 나오는 신부님들을 맞으러 달려 나왔고, 신부님들은 그런 ‘프리’를 볼 때마다, 언제 새끼를 낳을지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이었다.
그런데 성탄을 3일 앞둔 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효자동성당에서 아기 예수님을 모시려고 준비해 놓은 곳, 야외에 설치해 놓은 구유에서 ‘프리’가 새끼를 낳았다. 성모님과 성 요셉 그리고 목동들로 둘러싸인 그곳에서….
이 놀라운 소식은 교구청의 희망 뉴스가 됐다. 주교님께서 두 마리 강아지의 이름을 ‘성탄’과 ‘탄일’이라고 지어 주시곤, “좋은 집 놔두고 마구간에서 새끼를 낳은 걸 보니 교구청 개는 뭔가 영성이 깊은 것 같다”고 말해 모두가 한바탕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