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푸른평화공동체와 직거래를 하는 안동 쌍호마을은 유기농 공동체이다. 일반적으로 유기(有機)적이라는 뜻은 부분과 전체, 전체와 부분이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유기농업은 서로 연결되어(network)있는 생태계의 순환질서를 따르는 농사법이다. 그렇다면 화학농법은 무엇인가? 살생농법이다. 왜냐하면 단기적 증산만을 노린 화학비료의 투입은 땅을 산성화시키고 토양생태계의 순환시스템을 끊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력이 저하되고 내병성 결핍작물에 병충해가 발생하면 농약을 살포한다.
게다가 농촌에는 일손이 부족하므로 해마다 수백톤의 제초제(다이독신)가 뿌려진다. 땅은 한마디로 폭력을 당한다. 서서히 땅이 죽어가면서 그 피해는 장기간에 걸쳐 계속된다.
땅은 재산증식을 위한 투기의 대상이나 단순히 생산을 위한 물리적 토대가 아니다. 땅은 생명체이다. 좋은 땅 1g에 약 10억마리 이상의 미생물이 살아있다고 한다. 땅은 모든 생명체의 어머니이다. 인간 역시 땅에서 나온 생산물을 먹고 자라다가 흙으로 되돌아간다. 순환한다. 성 프란치스꼬 성인의 태양의 노래에서도 우리 어미인 땅을 찬미하고 있다. 땅이 죽어간다면 우리 어머니가 죽는 것과 같다.
특히 유기농업은 땅을 살리는 자연농법이다. 땅심을 살리기 위해 거름, 퇴비, 효소를 만들어야 한다. 농약을 치지 않기 때문에 김매기, 벌레잡기, 자연방제 등의 수고를 더해야 한다. 처음 유기농을 실천하면 땅이 죽어 있어 병충해야 극심하고 거름효과가 적어 소출이 줄어든다. 그래서 유기농은 어렵고 힘들다. 몰이해와 실패속에서도 신념을 가져야 한다.
사람들은 유기농산물을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농사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기농산물 직거래는 서로 믿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가 없다. 믿음이 중요하다.이 직거래는 물건을 사고 파는 상품거래가 아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만남이고 나눔이다. 한마디로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책임지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진다.
지난해 직거래를 하면서 필자는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직거래는 농민을 돕자는 것도 아니다.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아 농민은 값을 더 받고 소비자는 좀 더 싸게 먹자는 것도 아니다. 무공해 농산물 먹고 오래 살자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유기농 철학이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먹거리든, 소비자이든, 생태계이든 모든 신령한 생명체로 공경하는 생명운동이다. 뿐만 아니라 우주 전체 질서로 살아있는 유기체로 파악하는 생명 문명의 건설로 나아갈 수있다. 이제 유기농 운동은 새로운 세계관이다. 요한복음 15장은 바로 이러한 유기체적인 삶을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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