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 한해동안 우리나라서 출판된 책들에 관한 집계를 보면 90년에 이어「악서가 양서를 구축하는 양상」이 뚜렷했다.
말장난에 가까운 시집이나 시간 때우기용에 불과한 가벼운 읽을거리들이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휩쓰는 악순환이 최근 몇 년째나 계속되고 있다.
책의 질적 수준에 있어서 뿐아니라 출판된 책의 양에 있어서도 아주 낮은 수준을 보여, 이대로 계속 되다간「책 읽지 않는 한국인」이란 오명을 뒤집어 쓰지나 않을까 두렵다.
왜 우리 국민들은「먹고 사는 생활에만 충실」하고 정신세계의 폭을 넓혀가고 깊게 해나갈 독서를 등한히 함으로써 무궁무진한 인간성의 비옥한 영역을 황폐케 하고 있는가.
여기에는 최근세사에서만 해도 격동과 파란을 겪어 정치 사회가 불안했다는 점, 오랜 가난의 굴레속에서 출세 위주의 인생이 성공된 삶이라는 통념, 창조적인 사고를 만들어 가기보다 임시 방편적인 주입식 교육 등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요인외에도 「유교적 관료사회」체제가 남긴 역사적 요인도 무시못할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세계는 엄청난 변혁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 도처에서 축적되는 과학ㆍ기술ㆍ사상등의 지식ㆍ정보의 양은 글자 그대로 폭주하고 있는 판에 국민들이 좋은 책을 손에서 놓고 있는 생활이 계속되면 그에 따른 여파는 경제성장의 통계치나 물가지수 등에 비할 바 없이 무서운 암운이 초래될 것이 명약관화한 일이다.
소련ㆍ프랑스ㆍ일본ㆍ독일ㆍ스페인 등지에서는 어느 나라에서든 좋은 책이 나왔다하면 신속하고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 자국민에게 읽히는 번역활동이 수준높기로 이미 정평 나 있다.
국민들이 외국의 기술ㆍ정신세계를 배우고 싶은 욕구가 충만해야 우수한 번역서적이 계속 출간되고, 우리 것을 찾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전통문화가 계승되고, 사람들이 진리를 추구해야 동서양의 고전들이 새롭게 조명될 것이 아닌가.
우리 국민들의 생활이 감각ㆍ표피에만 머물고 사회에는 「도덕성 상실」등의 말이 계속 나돌고 있는 데는「양서를 잘 읽지 않는 풍토」에서 기인되는 바가클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선 가톨릭신자들도 뼈아픈 각성이 있어야 한다.
교회출판사의 수도자들이, 또 양식있는 평신도들이 적자의 출혈속에서도 진리의 길로 이끌어 가는 양서를 발간해왔어도 출판사들이 계속해서 영세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신앙인들이 진리를 향한 공부를 그만 두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지나친 소리라고 일갈해 버리고 말 것인가.
책읽지 않는 사람을 학생이라 할 수 없듯이 교회서적을 읽지않고는 현대와 같이 복잡다단한 사회에서 그리스도안에서의 삶을 살아가긴 참으로 어렵다.그리스도안에서의 삶을 외면하고는 구원의 길을 가고 있다고 말하긴 어려우리라.
진리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추구해 나감으로써 도달되는, 저 높은 고지에서 팔을 벌리고 있다.
4대 선거로 들뜨기 쉬운 금년, 바쁜생활 틈틈이 좋은 책을 읽으며 깊은 사색과 명상속에서 올바른 판단력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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