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미사를 마치고 부지런히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날씨도 쌀쌀한데 10살쯤 되어보이는 어린애가 길거리에 웅크리고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모두들 그냥 지나간다. 나도 그냥 지나치려다가 「이 추운날 길에서 잠을 자다니…」하는 안타까운 생각에 아이를 깨웠다. 『춥지』『예』『배고프지』『예』『그럼, 우리집에 가서 몸도 녹이고 밥 먹을래』『예』순순히 아이가 따라온다.
갑작스레 집으로 데려온 아이를 보고 당황해하는 우리 가족들. 꼬마는 배를 무척 곯았는지 허겁지겁 먹어 치운다. 이름과 나이, 가족관계를 물어보니 동진이고 어머니는 3년전에 돌아가셨고 12살인데 아버지께서 술만 드시면 자기를 때려서 집을 나왔단다. 아이의 처지를 들어보니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나는 『동진아 집에서 아빠가 널 기다리시며 걱정하고 계신다』며 집에 들어가라고 타일렀다. 『이것 차비다. 버스타고 빨리 집에 들어가거라. 그리고 아버지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야 돼』. 차비를 받은 동진이의 눈길에 쓸쓸함이 스쳐지나가는듯 했다.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의 눈빛을 보니 나도 왠지 우울해져왔다.
왜 이 사회가 이다지도 메마르고 삭막할까? 동진이가 당한 어머니와의 이별, 아버지의 학대, 냉대 등을 어떻게 풀어줘야할지 마음이 무겁다.
나는 『동진아, 아저씨는 성당에 다닌단다. 너도 가까운 성당에 가서 예수님을 네 마음속 제일 윗자리에 항상 모시고 예쁘고 착하게 그리고 씩씩하게 자라거라』고 얘기해줬다. 그리고 나는 주님께서 말씀하신 천국은 이 어린이와 같이 착하고 순진한 모습에 담겨져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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