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새해가 밝아오면 올해는 좀 더 잘 살아봐야겠다고 다짐한다. 이웃에게 더욱 다정하게 할 것이며 몸에 해로운 술이나 담배로 끊겠다고 결심한다. 공부도 더 열심히 해야겠고 아침 저녁 기도는 물론 매일미사에 참례하리라 맘먹는다. 그러나 웬일인가! 거개의 우리들은 1월이 채 지나가기도 전에 결심 하나 하나에 핑계가 하나 둘씩 마련된다. 무려 열한달이나 남아 있는 금년은 포기하고 또 내년을 기약해 버리고 만다. 우리의 삶을 앞뒤 빼고 60년으로 보자. 만일 하느님께서 주신 이 60년이라는 시간을 다 보내고 난 뒤, 되돌아 본다고 치자, 하루도 남을 사랑한 날이 없고 하루도 즐거운 날이 없었으며 하루도 보람되게 보내지 않았다면, 그때의 우리 과거 우리 인생은 무엇인가? 그래도 제법 기분 좋은 날이 있었고, 남을 위해 희생한 날도 얼마간 있었으며, 정신 똑바로 차린 날이 다소간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듯 나중에 스스로 지난날들을 저울질할 것에 대비하여 하루하루를 긴요히 생각하며 살기로 결심해야겠다. 우리의 지난날을 무수히도 참고 견딘날로만 만들어서도, 괴로운날 짜증낸날로만 기억에 남겨 놓아서도 아니 되겠다.
오늘 이 순간 「우리의 어제」를 생각해보자. 어제 우리는 무엇을 했던 날인가. 배불리 만족한 하루였던 사람, 재미있을 책을 읽었던 사람, 평소 먹고 싶었던 돼지 불고기를 먹었던 사람, 수입이 없었는데도 마냥 즐거웠던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턱대고 구두쇠 노릇만 하느라 먹고싶은 것도 먹지못한 사람, 하루종일 짜증속에서 안달했던 사람, 괜히 신세 한탄으로 하루를 보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늘 당장 도와 줄 사람 있으면 미룰 일이 아니다. 지금 이순간 화해를 청할 사람이 있으면 연기할 일이 아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일에 가서 본 오늘은 도와주지 않은날, 화해하지 않은 날로 영원히 뒤로만 뒤로만 물러날 것이다.
천국입국심사의 커트라인은 어느정도일까? 바로 우리의 지나간 하루하루를 ○×로 셈할 때 ○표의 수량이 그 합격을 정하는 선이 될 것이다. 눈치작전 가지고는 어림도 없는 곳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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