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만 해도 자치단체장 선거가 과연 예정대로 치루어 질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세간에 많이 나돌았었는데 10일 대통령 연두기자회견에서 금년에는 자치단체장 선거는 치루지 않겠다고 대통령의 입으로 직접 말함으로써 반신반의하던 자치단체장 선거가 물건너 가버린 것으로 되어버렸다. 과연 대통령의 말씀은 바로 법인 모양이다. 이유인즉 사상 유례없이 한해에 네번이나 선거를 치루게되면 엄청난 선거자금이 들어가게 되고 그 때문에 경제가 파국에 직면할 우려가 있어 우선 연기하고 총선에 의해 구성되는 14대 국회에서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미 이런 선거시기와 정치일정을 여야 정치권의 합의에 따라 제정했고 국민 앞에 결정 발표했을때는 그런 문제들이 예견되지 않았던가? 13대 국회 임기가 아직도 남아있는데 단 한번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거론조차 않고 있다가 일방적으로 발표해버리면 되는것인가? 그리고 대통령의 말이라고 해서 그냥 따르기만하면 되는 것인가?
민주주의 하자고 해서 선거를 치르기로 했고 법정기일까지 정해놓았던 것인데. 이제 몇달 남겨놓고선 아무런 국민적인 합의도 없이 연기해버리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인가. 아무튼 정치권에서 이문제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논란이 될것으로 예상은 되지만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정부를 믿고 따르도록 해야지 힘으로 끌고 갈 생각만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선거라면 엄청난 돈이 든다는 것쯤 모를 사람이 없다. 그리고 언제한번 부패하지않고 타락되지 않았던 선거가 있었던가? 선거때만 되면 먹자판이 되고 놀자판이 되는 것은거의 상식이돼 버렸고 회식이다, 계차림이다, 동창회차림이다, 관광여행 그리고 매표, 돈봉투질까지 미쳐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선거를 치루고 안치루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치루느냐가 참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어서 국민들로 하여금 참다운 민주선거를 치루도록 이끌어 가는 것이 최고 통치권자의 책임이기도 한것이다.
관권이 난무하고 부패하고 타락된 선거가 된다면 10년에 한번해도 결코 민주주의라고 할 수가 없고,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가 된다면 1년에 네번보다 더한 다섯번, 여섯번의 선거를 치룬다고해도, 경제가 파탄이 되고 나라가 망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곧 돈안드는 선거를 치룰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금년이야말로 우리나라가 해방된후 민주주의를 시작하고 처음 투표를 한지 꼭 반세기가 되는 해다. 이제는 민주주의도 성년이되는 기점에 서있는 것이다. 정부는 특히 대통령은 역대 어느때보다 깨끗하고 올바른 투표를 해서 민주주의를 지킬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된다.
여당으로 하여금 정권연장을 하기위하여 관권ㆍ금권선거를 치룰 생각을 하지 말고, 공명정대한 투표를 할수 있도록 국민을 계도하고, 공무원들이나 기관원들이 엄정중립을 지킬수 있도록 노력해야 된다. 그래야 설사 노대통령의 집권 6공이 많은 잘못이 있었고 무능한 정권이었다고 하더라도 깨끗한 선거를 치루는 전통을 세운다면 가장 훌륭한 대통령이 될것이며 민주발전에 초석을 이룬 영웅이 되는 것이다.
자 어차피 이제 선거철에 접어들게 되었다. 그러면 정부는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할것이며 정치인들은 참다운 민주발전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국민들은 또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우선 정부는 공무원들이 엄정중립을 지켜야 된다. 이제까지 보면, 시장ㆍ군수들에게 여당표가 적게 나오면 책임을 물었던 사실을 모든 국민은 다 알고 있다. 이번에도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할텐가? 공명선거를 한다고 위로는 대통령부터 내무부장관, 법무부장관 등은 입만 열면 하는말이면서도 높은자리, 책임있는 어른들께서는 각종 명목으로 선거독려차 치방을 순방하는가하면 연고지까지 출장하여 가능한 수단ㆍ방법을 총동원하고 선심을 써가며 선거운동을 하고다닌 예는 얼마든지 있다.
다음으로 정치인들은 뚜렷한 정강정책과 소신을 갖고 정직해야되며 거짓말로 현실을 호도하면서 유권자들을 돌라먹는 소아병적인 형태는 버려야만된다. 이제까지 보면 여당쪽에서 돈쓰는 사례가 많은데 돈으로 매표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지역감정을 앞세워 선거에 이용하지 말아야 된다. 이는 민족 분열자고 용서받지 못할 죄인이 되는 것이다. 제일 높은분부터 이점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된다.
전라도와 경상도가 일컬어 싹쓸이 투표로 확연히 구분되어 경상도는 여당, 전라도는 야당마치 공화국 연방같이 나뉘고 있는 실정이니, 이런 것들은 과연 누가 책임을 져야할 것인가?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를 이끌고 있는 최고의 지도자들이 책임을 져야 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런 지역감정의 골을 깊게 만든 작자들, 국민의 양심까지 담보로 제멋대로 지역감정을 부추겨 정치적인 야욕을 채운 정치인들이 그 책임을 면할 길이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은 슬기로운 선택을 해야된다. 자기의 주권을 빼앗기지 말아야 된다. 선거때만 되면 돈봉투가 집집마다 난무하는데 이런 더러운 돈 몇푼에 자기의 양심을 팔고 투표했다면, 먼저 자기 자식한테 부끄러운줄 알아야되고, 누구의 잘못도 나무랄 자격이 없는 것이다.
지연ㆍ학연 등 인간사회의 정은 우선하는 것이지만, 그러나 과연 자신이 투표한 사람을 내보냈을때 올바른 일을 할만큼 양심적이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과연 일할수 있는 인물인가? 학식과 덕망을 갖춘 인격의 소유자인가? 그리고 그가 속해있는 정당의 정강 정책이 자기의 뜻에 얼마나 맞아 떨어지는가? 돈이나 갖고 명예를 쫓기 위해서 매표 나하고, 거짓말을 일삼는 정치인은 뉘를 골라내듯 형편없이 낙점을 주어서 도태시켜야 된다.
민주주의란 선거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선거자체가 탈법이나 부정으로 치루어진다면 민주주의가 아닌 것이다. 선거를 올바르게 치뤄야 하겠다는 정부의 뚜렷한 의지와, 정치인들의 각성, 국민들의 공정한 선택이 민주주의의 길이다. 선거는 꼭 돈으로만 치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더욱 대통령이 그런 인식을 갖고 있는 것도 큰 잘못이며 경제혼란을 이유로 선거법정일정을 뒤집는 것도 옹색한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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