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하느님의 모습」은 부단히 갈고 닦지 않으면 참 많은 불순물에 덮여 보이지 않는 수가 있다.
소위 경지에 들어간 조각가는 무심한 돌덩이, 투박한 그 돌속에서 이미 자기가 조각해야 하는 그 상을본다고 한다. 조각가는 그 상을 드러내기 위해 필요없는 부분을 쪼아낼 뿐이라고 한다.
인간속에 있는 하느님의 모습도 그런 것이 아닐까. 우리속에 숯불처럼 언제나 빤하게 불을 물고 있으나 세속적이고 부정적인 모습의 재 가운데 숨어 있는 것이다. 부단히 그 부정적인 것을 쪼아내고, 뜨거운 숨을 불어넣어 줘야만 생명으로 살아 환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상록수계의 사철나무보다 봄이면 움이 트고, 여름엔 녹음으로 푸르고, 가을엔 열매를 맺고 잎이 물들어 떨어지는 나무, 겨울에는 그 매운 바람을 알몸으로 눈물 글썽이며 견디는 어리석기까지한 평범한 나무군(群)에게 더 정이 가고 정말 나무답다는 생각이 들듯이 인간에게서도 마찬가지다. 「인간적인 것이 보다 하느님적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은 어차피 하느님도 천사도, 악마도 아닌 어중간한 존재이다. 하느님이 인간을 악마처럼, 또는 천사처럼 살기를 원하셨다면「인간」이란 존재를 만들지 않았으리라. 그러므로 인간은 「인간답게」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참 인간답게 말이다.
자신의 존재의 근원을 알고,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자만 한치앞을 볼 줄 모르고, 자신의 생사조차 자신의 손으로 어떻게 할수 없는 존재임을 아는 인간, 그러한 한계 속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능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자신과 이웃을 발전시키고, 뜨거운 심장으로 생명있는 것들을 사랑하면서, 때론 넘어져 울기도 하고, 진흙 속에 발이 빠져 잇는 자신을 용서해 주십사고 빌기도 하면서 노력하는 인간이 하느님 보시기에 참으로 좋은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돈에 눈이 멀어 인간이길 포기하는 일부 사람들, 이 흐린 세태에서 똥물 튀길까봐 멀찍이 서서 개탄만 하는 상록수 같이 도도하고 고고한 사람들, 모두가 영 정이 안가는 인간의 모습이다.
경지에 도달한 도인이나 성인(聖人)은 보다 인간적으로 유연하고 하느님 냄새를 풍기지 않고 단순하고 모든 것을 포용하고 모든 가능성을 인정하는 경직되지 않은 모습임을 안다. 이 세대에 속한 나는 이 세대에 대해 책임이 있다. 함께 아파하고 함께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비록 똥물이 튕겨 묻을지라도 바리사이, 율법학자로 남아서는 안되리라. 「인간답게」…그것의 표본인 「예수그리스도」라는 판에 박힌 정답 같은 말은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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