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는 말에 모친이 무당이면 대를 물린다고 하더니 정말 그렇단 말인가」그때 나는 결심했습니다. 이 귀신 섬기는 일은 어머니대에서 끝내야한다. 어떤일이 있더라도 동생에게도 내 아들ㆍ딸에게도 다시는 무당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나대로의 다짐을 하고 대책을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그때 「천주교를 믿으라」는 내 동료의 권유가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성당에 나가면 어떻겠느냐고 말씀드렸더니 예상대로 펄쩍 뛰면서 『우리가 대대로 불교를 믿었고 내가 무당짓을 해서 너희들 대학까지 다 시켰는데 그리고 네 자식들이 저렇게 알밤같이 잘 크는데 무엇이 부족하여 종교를 바꾸느냐 미꾸라지가 구정물을 이루면 가라앉을때 까지 맑지 못할터이니 두번다시 그런말을 입에 담지 말아라. 그렇게 성당이 좋거든 나 죽은후 너희들이나 성당에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어머니에게 성당에 나가자는 말을 꺼냈다가 더 이상 말을 붙이지도 못하고 물러나왔습니다. 그러나 나의 결심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선 우리 큰놈을 교회의 장로인 친구의 권유로 교회에 나가게 했습니다. 같은 하느님을 믿고 단지 구교ㆍ신교의 차이 뿐이라는 친구의 권유에 먼저 내 아들부터 참하느님을 믿게 하고 귀신들로부터 보호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교회에 입교시켰습니다.
그러나 나는 교회의 극성스러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좀 조용히 생각하고 싶어서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87년봄 수성본당 교리반에 친구의 권유를 받고 등록을 하였습니다.
그즈음 부쩍 죽음에 대해 생각케 되었고 두려움이 일어 어떤 취미생활이나 오락에도 만족할 수 없었고 항상 마음이 공허함을 느끼고 있을때 였습니다. 교리반에 다니면서 하느님은 우주의 창조자이시고 우리의 영혼의 세계와 이세상 모든것을 지배하시고 하느님을 믿느자는 죽어도 죽지 않고 영원히 산다는 교리를 배우면서 내 마음은 들뜨기 시작했습니다. 하루하루의 교리시간이 그렇게 재미가 있었고 어느 연속방송극이 그렇게 재미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히어 죽어가는 모습하며 병사가 창으로 확인사살하는 장면은 눈으로 보는듯이 내마음에 생생하게 박혔습니다.
그해 12월 영세 받기로 한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신부님의 말씀을 듣고보니 영세를 받아야겠는데 또 한편으로 생각하니 지금까지도 별 환난이 없이 살았는데 공연히 영세받고 집안에 우환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기고 「절대로 내죽기 전에는 다른 종교를 믿지말라」던 어머니의 얼굴도 떠올라 나는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하여 몹시 갈등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12월 20일 영세받을 날이 다가왔습니다. 이제 마지막 결정을 할 때가 왔습니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생각했습니다. 수백년 동안 불교를 믿었고 어머니는 40년을 점장이를 했으니 이제 누구인가 이것을 바꾸려면 큰 희생을 치러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영혼의 세계가 정말 있는지 없는지는 내가 죽어보지 않았으니 알수는 없으나 있다고 믿고 계명을 지키며 열심히 살다가 죽어봤을 때 영혼의 세계가 없다면 그래도 있다고 믿고 착하게 살았으니 내 삶은 잘 산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정말 영혼의 세계가 있다면 이건 어떤 부동산 투기가 이것과 비교되겠으며 하느님을 믿지 않고 죽은 영혼은 어찌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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