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 21일 발생한 후기대 입학시험지 도난 사건은 잘못 되어가도 크게 잘못 되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을 다시한번 입증해 주었다. 있을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난 것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우리사회의 도덕성 결여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들끓는 여론이 지적한 사항들을 반복해 강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또 지적할수 밖에 없음은 한 나라에 있어 교육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결코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잘못된 입시제도와 교육정책, 이에 따른 왜곡된 입시풍토ㆍ인간의 척도를 대학입시라는 극히 한정된 룰과 협소한 자로 재어온 우리의 교육현실에 비추어 본다면 이번 대학 입학 시험지도난사건은 예견된 사건일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시험지를 훔친다는 행위는 그 시험에 대한 강한 부정의 잘못된 표현일 수가 있다. 일부 보도대로 사회혼란을 야기 시키기 위한 일부 집단의 고의적 행위가 만일 아니라면, 이번 시험지 도난 사건은 교육현실에 대한 엄청난 도전장으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결코 있어서는 안될 도전장, 그것은 우리 모두가 앓고있는 윤리성의 결핍을 대변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시험지를 도둑맞을 수 있는, 그것도 일개 대학의 시험지가 아니라 전체 대학의 공동시험지를 도둑맞을 수 있는 풍토 또한 쉽게 만들어 질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고 있는 우리행정의 산물이라 여겨 마땅하다. 조사 결과 밝혀진 바이기도 하지만 당연한 규칙, 엄연한 규범이 관계당국에서부터 무시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진정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다.
이번 시험지 도난사건을 통해 우리는 도난행위 자체에 대한 비난에 앞서 교육제도 전반이 안고있는 문제의식에 한발 더 다가가야만 할것이다. 무리하게 대학을 가지 않고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풍토를 앞장서 마련해야 할 일이다. 대학이 곧 인격으로 인정되는 이상한 등식이 성립되지 않는다면, 제도권이 제 할일을 마땅히 수행한다면 시험지를 도둑맞는 이상한 사건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할 일은 더이상 없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오늘날 교회가 맡아야할 역할에도 더 많은 몫을 요구한다. 그것은 도덕과 윤리과목에 대한 사회교육의 책임을 의미한다. 늘상 하는 얘기지만 개신교를 포함, 이땅의 크리스찬이 1천만을 헤아린다면 오늘 이 사회가 이모양으로 되어가는게 정말 이상한 일이다. 교회를 세우고 신자를 만드는 일로 중요하지만 진짜 신앙인을 만드는 일이 더욱 시급함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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