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마운트 성지 외곽.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나라. 인도!’ 인도에서 2002년부터 사용하는 관광 슬로건이다. 말 그대로다. 종교로만 보자면, 불교 발상지이며 힌두교 국가인 인도에 가톨릭신자가 2000여만 명, 예수님 열 두 사도 중 한 분 토마스 성인 순교지도 있다.
시그니스 아시아(아시아 가톨릭커뮤니케이션 협회) 이사회 참석차 인도 남부 타밀라드 주도 첸나이에 갔다. 첸나이에는 해발 76미터 높이의 봉우리 하나가 아담하게 솟아 있다. 토마스 성인이 순교한 성 마운트(St. Mount) 성지다. 성지에서 첸나이 한인본당 신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사순 시기를 맞아 마운트 성지의 160개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오르며 십자가의 길을 바치고, 성 마운트 성당 옆 나무 그늘에서 묵주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토마스 성인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고도 믿지 못하다가, 예수님 상처를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서야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하고 외치셨잖아요. 저희처럼 인간적이란 생각이 들어 좋아요.”
자매가 수줍게 입을 열었다.
마운트 성지서 서쪽으로 4km를 가면, 리틀 마운트(Little Mount) 성지에 이른다. 바위 아래 틈으로 허리를 굽히고 들어서니 컴컴한 작은 방이 나온다. 토마스 성인은 순교하기 전 이 동굴에 숨어 기도하며 지냈다고 한다. 천정 바위틈에 낸 창에서 한줄기 빛이 흘러들어와 성인의 손자국, 발자국 흔적을 비춰준다.
토마스 성인은 AD 52년 인도 서쪽 케랄라에 왔다. 7년 동안 많은 이를 개종시켰다. 그 후 첸나이로 건너와 13년 동안 전교하다 원주민 창에 찔려 숨을 거두었다. 토마스 성인의 영향으로 케랄라는 가톨릭신자 비율이 인도 평균 2%보다 훨씬 높은 15%다.
인도에서는 극진히 성모상을 모신다. “인도 가톨릭은 전통 문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농경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어머니 신을 모십니다. 성모님도 그런 전통 속에서 모셔지는 경향이 있어요.” 인도 마다TV 데이비드 아로키암(David Arokiam) 신부의 말이다.
리틀 마운트 성지에서 서북쪽으로 8km쯤 가면 첸나이대교구 주교좌성당인 샌톰성당(Santhome Cathedral)에 다다른다. 흰색 신고딕양식 건물이다. 16세기 포르투칼 사람들이 세운 것을 1893년 영국인들이 새로 지었다. 지하에 모셨던 성인 유해는 오래 전 로마로 옮겼다고 한다. 인도 신부에게 토마스 성인 유해를 로마 어디로, 언제 옮겼는지, 확실한 사실은 무엇인지 잇달아 물었다. 시그니스 아시아 이사 매기 박사(Dr. Magi)가 놀려댔다.
“여기, 토마스가 또 있네.”
샌톰 성당 뒤편으로 나가면 바다가 보인다. 뱅골만이다. 성당과 바다 사이, 한편에는 폐허가 된 집들이 쓰레기 더미처럼 쌓여 있고, 그 맞은편에 새로 지은 주택들로 마을을 이루고 있다. 2004년 쓰나미가 이 일대를 덮쳤는데 성당과 대주교관만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 모두 기적이라고 했다. 인도, 놀랄만한 나라답다.
김승월(프란치스코·시그니스 아시아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