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들어 시한부 종말론이 급작스럽게 목소리를 높이고 대두돼 사회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
시한부 종말론자들은 92년 10월ㆍ94년 10월 등의 때에 말세가 온다며, 나아가 날짜ㆍ시간까지 못박고는 곳곳에 원색의 유인물을 살포하고 대형집회까지 열며 활개치고 있다.
「다가오는 미래를 잘 대비하라」는 책을 필두로 서너권의 92년 종말에 관한 책들이 장기간 베스트셀러가 됐을 정도로 이같이 그릇된 종말사상은 널리 유포돼있다.
우리는 성서와 교리지식이 약한 가톨릭신자중 엄청난 수가 이 같은 사이비 신앙에 미혹돼 교회를 떠난, 아픈 경험을 70~80년대에 겪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가톨릭교회의 성당에서, 그것도 사제에 의해 『7년×개월후 종말이 온다』는 가르침이 전해지는 지경에까지 이르러게 됐다.
종말사상은 신약에 와서 처음 도입된 사상이 아니라 구약에서부터 내려오는 일관된 사상이자, 그리스도교 교리중 핵심에 자리잡고 있는 가르침이다.
이 종말사상이 오늘날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고 집요하게 번들거리는 물적 욕망의 응집물이 돼버린 것은 사회와 그리스도교 내부의 조직적 병리에 그 원인이 있다.
종말신앙 유포자들은 신비적인 비유로 말한 요한의 묵시록ㆍ다니엘서 등의 성서에 나타난 숫자의 고유 의미와 상징성을 알아듣지 못하고 글자그대로 받아 들인 데서 잘못이 있다.
종말의 시점에 대해선, 예수 그리스도 친히 『아버지외에는 하늘에 있는 천사들이나 아들조차도 모릅니다』(마르 13, 32)고 밝히면서 하느님만이 아시며 예수 그리스도 자신조차도 모르는 일이라고 명백히 선포하셨다.
예수께서는 또 종말의 시기에에 대한 관심을가질게 아니고 땅끝에 이르기까지 예수의 증인이 되는 소임에 관심을 쏟는 게 마땅하다고 천명하셨다(사도 1, 8참조).
금세기의 탁월한 사상가 떼이야르 드 샤르댕 신부는 바오로서간의 핵심 신학사상을 집약한 그의 종말사상에서 「우주의 꽃인 인류가 복음적으로 완성되는 때」를 종말의 시기라고 보고 그 때는 「앞으로 약 3백만년이후에나 도래할 수 있다」며 그 때에 대해 알려하지 말고 오로지 하느님의 뜻을 이땅에 구현시키는데 몸과 마음을 모두 바쳐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헛된 「시한부 종말사상」으로 우리 사회가, 또 교회가 뒤뚱거리는 것은 무엇보다 확고한 교회가르침, 그중에서도 특히 성서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교회공동체는 종말사상에 대해 깊이 연구해야 하며,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시한부 종말론의 지원지를 캐 들어가면서 그 종파별로 탐구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이와함께 교회는 곳곳에서 심포지엄ㆍ세미나ㆍ강연회 등을 열어 올바른 종말사상을 가르쳐야 한다.
신자들도 성서에 담긴, 종말에 관한 성귀들을 주해한 책들을 통해 가톨릭교회의 종말사상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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