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우리들의「갈리스도」신부님.
신부님께서 떠나시던 날은 차가운 북풍이 산천을 메우고 있었습니다. 마치 이승에 묶어둔 정을 본향으로 돌아가시면서 차갑고 분명하게 끊어 정리 하시려는듯이.
새로 맞은 올해가 신부님의 회갑이신데 무엇이 그리 바빠 총총히도 떠나셨습니까.
아니면 떠날 길이 그리도 급하셔서 나그네처럼 여행을 그렇게나 좋아하셨습니까?
차표 한장 쥐시면 세계 어디라도 두려움 없이 황망히도 다니시던 우리 신부님. 안주하지 못하시던 낭인 기질은 방랑벽이었습니까 운명이셨는지요. 생각하면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떠나야할 자유인이 아니겠습니까.
신부님의 마지막 본당이었던 울산 우정성당에서의 영명축일 잔치는 그 어느때 보다도 성대하였습니다.
마치 떠난날을 예견하신듯 각지에서 사람들이 참 많이도 모였었지요.
그날 사제관에 걸려있던「여운여수(如雲如水)」액자속의 글귀를 잊지못합니다.
구름처럼 비처럼 신부님께선 그렇게 살다 가셨습니다.
모든이의 마음속에 때처럼 가득낀 영혼의 상처도 빗줄기처럼 시원스레 성사로 씻어 주셨지요.
신부님, 투병중에 하신 말씀중 이 말씀도 그때처럼 생생히 기억합니다.
『스승 예수님은 33년동안 사셨고 김대건 신부님도 26년밖에 못 사셨는데 나는 욕심스레 너무 많이 살았어』하시던 그날 복음은 『아버지 나의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무엇이든 다 하실 수 있으니 이 잔을 나에게서 거두어 주소서, 그러나 제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마르코14, 36)였습니다.
우리는 그날 신부님의 인간적인 연민을 훔쳐 보는 것 같아 속으로 울었었지요.
지금도 이승에는 스산한 바람이 붑니다. 신부님 누우신 한치 땅 밑은 얼마나 더 추우실까요.
그러나 신부님 땅속에서 풀잎들이 봄에 돋아날 새싹들을 준비하고 있듯이 이제 신부님께서도 부활의 그날에 다시 살아 나실 것이니 우리 모두는 이 기쁨을 갈망합니다.
믿음에 사랑을 더 하셔서 이미 신부님께서 기증하신 안구로 앞못보던 두 여인이 앞을 보게 되었으니 신부님은 영원히 우리곁을 떠나신게 아니라 지금도 살으셔서 우리 모두를 보고 계시지 않으십니까.
그러므로 신부님의 장례미사때 「기리에」와 함께 흘리기 시작했던 슬픔의 눈물같은건 이제 흘리지 않겠습니다.
신부님.
마지막까지 사제로서 살다가신 우리들의 보통 신부님. 신윤우 갈리스도 신부님.
때로운 비 오고 때로는 바람 불었던 이세상 순례를 이제는 마감하시고 편안히 누우셨으니 고통도 근심도 없는 아버지의 나라에서 무궁한 영복을 누리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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