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방침에 의하여 취재 편집부에서 영업분야로 옮겨 서울 지역 본당과 경인 지역 및 병원을 담당하게 되었다.
생소한 분야의 일을 한다는 설레임 보다는 실적에 대한 강박관념과 만남에 대한 어설픔이 줄곳 쫓아다녀 어려웠지만 더 어려운 점은 조직인으로서 조직의 방침에 순응하여 움직여야 한다는 기정사실이 서러웠고 내 자신이 원하던 일에서 밀려나 과외일을 해야한다는 현실이 나를 슬프게 하였다. 하지만 어쩌랴! 그간 나름대로의 문서선교에 대한 일반적인 체험을 토대로 기술해 볼까 한다.
먼저 가톨릭은 서적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이다. 훌륭한 건물과 잘 정돈된 성당을 갖고 있으며 성물판매소를 별도로 운영하면서도 문서 선교에 대한 적극적 대응없이 그냥 나열해 놓고 사려면 사고, 말려면 말라는 식이 되어버린지 오래인듯 하다. 예를들면 십여년 전의 책표지가 그대로인 책이 아직도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가 하면 요란하게 치장을 하여 선을 보이는 많은 수의 책들 역시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었다.
둘째 부유층 지역이고 지적인 이들이 많을듯한 지역(?)의 성당들 역시 성직자나 수도자들의 무관심으로 전혀 책이 안팔린다고 실무담당자들이 한탄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성당은 ○○신문 요원들이 하루종일 전단을 나눠주고 신부님 역시 강론 때 정기구독을 전했지만 겨우 34부 신청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원인이 무엇인가. 지속적인 홍보가 아니라 일회성으로 그치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 본당은 이상하게 책이 안 팔린다고만 했지 매주 홍보하는 일에 얼마나 정성을 보였나 생각해볼 일이다. 셋째 사무장님들의 업무가 과중하여 신경을 쓸 수 없다는 점이다. 일례로 「매일미사」책을 갖다 놓고 보면 항시 서너권씩 그냥(?)없어지는 경우가 많아 골치가 아프고 일요일에 이일 저일 하다 보면 책에 대해 친절히 설명할 기회가 없으므로 권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선교 3세기에 접어들며 출판분야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그 좋은 책들이 일반 바자에 밀려 먼지를 쌓고 있음은 통탄할 노릇인 것이다. 성당을 짓고 어떤 사업을 벌릴때마다 상술이 동원되어 기도하는 집을 시장터로 만들어 놓는 일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과소비를 추방하자며 열리는 알뜰시장이 일주일에 한번 영혼의 양식을 얻고자 미사에 나오는 많은 이들에게 또다시 물질적 이득을 계산하게 만드는 현실을 어떻게 고쳐야할지?
매년 연말 연시를 맞아 벌리는 캠페인 중「가톨릭 신자 여러분 양서로 주님을 찾읍시다」라고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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