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수많은 재화 가운데 국가나 공공단체의 소유도 있고 개인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결코 어느 특정부류의 소유가 되지못하고 전국민의 소유로 못박혀 있는 것들이 있다.
영토ㆍ영해 같은 법적인 가시물도 있지만, 많은 재화중 전파라는 볼수도 만질수도 없는 극히 초가시적인 재화만은 어떤 경우라도 전국민의 소유가 아닐수 없다.
현재 눈에 보이지 않는 국민의 전파를 이용해 현대 과학의 산물인 통신과 방송이 운영되고 있는데, 비록 국가기관이나 특정회사가 통신과 방송을 독점하고 있다해도 근본재료인 전파는 무조건 국민의 것으로 되어있다.
때문에 전파의 주인인 국민을 무시하는 방송을 멋대로 할수도 없을뿐 아니라, 국민이 원하면 주인에게 전파를 이용할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어쨌든 6공에 접어들어서 민주화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정부는 오랜 세월 묶어두었던 전파를 하나씩 풀면서 공영방송인 KBS와 MBC외에 특수방송인 교통방송과 종교방송을 새로 허가해 주고, 지난해엔 순수민간방송 SBS를 허가해주어 비로소 전파를 주인들이 돌려받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아직도 주인이 마음대로 쓸수 없도록 허가라는 빗장을 채워두고 있어서 방송국허가는 골프장 허가보다 더 우려운 현실이고 보니, 국민의 듣고 볼 권리충족은 아직도 요원한 감이 없지 않다.
정부는 오는 94년에 방송위성을 띄워 전국 어디서는 깨끗한 방송을 듣고 볼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추진중이며, 한편으로는 유선방송인 CATV를 허가해서 곧 안방에 선을 보이게 된다는 소식도 있다. 얼핏 들으면 국민의 알권리를 다각적으로 충족 시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 고마운 생각이 든다. 그러나 곰곰이 따지고보면 꼭히 그렇지 만도 않다.
현재 KBS와 MBC는 전국 네트워크를 이루어서 어디서든 듣고볼수 있지만, 일부 특수방송과 종교방송은 서울지역을 제외하고선 전혀 들을수가 없으니 기존방송의 전국화부터 먼저 실현시키는 것이 우선순위가 아닐까. 그러나 정부는 기존방송의 전국화를 외면하고 있어서 지방에선 주인이면서도 전파의 푸대접을 받고있는 현실이다.
어쨌든 최근 특수방송인 교통방송국이 부산과 대구 등 전국주요도시에 지방국을 신설할 것을 준비하고 있는가 하면 종교방송인 불교방송국은 라디오와 TV방송까지 허가를 얻어 전국네트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복잡한 교통전쟁에 시달리는 건 지방도시도 마찬가지고보니 지방교통방송국 신설은 기쁜일임에 틀림없다. 또한 종교방송의 전국화도 국민정신 순화와 복음에 목마른 사람들을 위해선 정말 좋은 일이 아닐수 없다.
문화의 중앙집중화 현상은 오랜세월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으니 방송만이라도 전국에 고른 혜택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따라서 현재 서울지역에서만 들을 수 있는 평화방송도 하루 빨리 전국화를 위한 준비와 허가신청을 해서 어디서든 가톨릭 신자는 물론 모든 국민들이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과문한 탓일런지는 모르지만, 아직 평화방송의 지방국 신설문제는 거론되지 않는걸로 알고 있다.
방송국 하나 만드는데 많은 예산이 들고 여러가지 어려운점이 많지만 예산은 만들어야 하고 준비도 차근차근 해나가면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완벽한 준비로 전국 주요도시부터 평화방송네트사를 신설해 나간다면 개국 당시의 잡음과 홍역같은 것도 치루지 않을 것이다.
뿐만아니라, 나아가 평화TV방송도 준비하고 허가를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민의 전파라는 허울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정부도 완벽한 준비와 노력하는 국민들에겐 선선히 허가해 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께서는 올해 세계홍보의 날 주제로 「홍보매체에서의 그리스도의 메시지 선포」라고 선정하셨다는 보도가 새해 벽두에 있었다.
홍보매체라면 여러가지가 있지만, 전파매체의 효력과 광파성의 위력은 지대한 것이고 보니, 이제 평화방송의 전국화는 하루빨리 서둘러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전국 어디서나 누구든지 하느님의 말씀을 언제든지 들을 수 있고, 또한 성음악을 들으며 세계 곳곳의 세상살이와 기도하며 봉사하는 우리 형제자매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평화방송의 전국화를 위해 모든 가톨릭인들이 떨쳐 일어나기를 감히 주장하고 싶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 하루가 멀다하고 마구 쏟아져나오는 갖가지 정보와 홍보물의 홍수를 현명하게 선별하는 지혜를 갖기 위해서라도, 참 진리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요, 따라서 그 방법은 진실된 우리의 전파매체를 확보하는 길밖에 없기 때문이다.
옛말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했다. 백번 듣는것보다 진실됨을 한번 보는 것-하느님의 참진리를 듣는 일이 그무엇보다 중요하고 옳은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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