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6월 22일 직장에서 돌아오니 어머니는 대청마루에 누워 온몸을 긁고 계셨고 병원에 갔더니 약도 없다더라 하시며 괴로워 했습니다. 나는 문득 성수를 생각했습니다. 성모당 앞 비석에 쓰여진 루르드성모의 내용중 성수가 약이 된다는 글을 생각하고 성수가 어머니 몸에 약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거름에 본당으로 쫓아가서 성수를 한병떠서 감실 밑에 놓고 기도했습니다. 『하느님이 이 성수로써 어머니의 가려운병 낫게 하시고 모든 사악한것 없애 주소서』. 나는 꼭 약이 될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속에 단걸음에 달려왔습니다. 약을 갖고 왔다는 내말에 어머니는 영문도 모르고 좋아하셨고 나는 내어민 어머니의 등과 앞가슴에 성수를 시원하게 발라드리면서 주의기도를 바쳤습니다. 잠시후 정말 큰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어머니의 얼굴은 푸르스럼하게 변하고 입술은 검어지며 입에는 흰거품을 토하며 발작을 일으켰습니다. 대성통곡을 하며 독한 눈을하고 나한테 달려들었습니다. 『야 이놈아! 네가 나를 이렇게 쫓느냐 네가 나에게 이럴수가 있단 말인가. 성신이 이 집에 들어와서 내 갈곳이 없더니 네가 나를 이리 쫓더란 말이냐』하면서 처량하게 울며 나 뒹굴었습니다. 우리 가족들은 정신없이 방으로 쫓겨 들어갔습니다. 오직 믿을데는 하느님뿐이므로 성모상을 소반에 얹고 우리는 로사리오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교리반에 나가던 내 아내와 아이들 모두 꿇어앉아 큰소리로 기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내가 저지른 일이라 내가 막아야 하겠으나 기도하는것 이외에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때까지도 겨우 로사리오기도 혼자 바칠수있는 정도였으니 이 기도 5단이 끝나면 다른 기도는 할줄 모르니 큰일났습니다.
1단…2단…3단…아직도 어머니의 포효는 계속 되고 나에게 향한 저주는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4단째 더 큰소리로 간신히 기도하면서 『어머니께 들어간 마귀를 성신이여 쫓아 주소서』하고 염원했습니다. 5단 기도가 끝났을때 나는 흠뻑 땀을 흘리고 있었고 잠시 너무 조용함을 느꼈습니다. 어머니는 당신에게 방금 일어난 일도 모르는듯 『무슨약을 발라 그렇게 내마음이 소란하냐?』물었습니다. 그제야 성당에서 갖고온 성수임을 말씀드렸더니 어머니께서는 과연 성신이 있구나 내가 40년을 점을 해도 이런일은 처음이구나 하시면서 그날부터 스스로 성당에 나가려 하셨습니다.
그날 이후 어머니는 돌아가실때까지 가려움증을 호소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하느님께 감사했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우리 어머니의 영혼을 구원하소서』그러나 어머니의 별난 성품과 성당에 가서 여러사람들에게 점하던 이야기를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내 마음속으로는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 당시 나는 본당에서 레지오 단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평일미사의 전례를 도맡아 열심히 성당을 드나 들었기 때문에 신부님이나 수녀님들이 나를잘 알고 계신터라 우리 어머니에 대한 상세한것을 모두가 아는 것이 창피하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성신이 역사하고 계시나 어찌 인력으로 막으리오 어머니는 그날부터 당신의 모든것을 내던지고 성당에 가서 감실앞에 꿇어 앉아 매일 기도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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