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가서 세번 놀란다더니 나를 보는 사람도 반드시 세번 놀란다. 첫째는 얼굴을 보는 순간 눈이 너무 작아 놀라고 두번째는 얼굴을 보다가 눈을 보면 손이 커서 놀라고 세번째는 체구를 보다가 발을 보면 발이 커서 놀란다. 교우들에게 내 이름을 가르쳐주면 늘 잊어버려도 「눈작은 수녀」로 소개하면 거의 잊어버리지 않는다.
수녀원 오기전 어린 조카와 집에서 사과를 먹는데 사과를 먹던 조카가 내앞에 오더니 『이모야 이게 이모눈이다』해서 보니 사과얼굴에 자기 손톱을 콕 찍어놓고 내게 내미는 것이었다. 수녀원 와서는 수녀님들이 딱붙은 단추구멍을 그것도 모자라 잡아 당겨서『이게 수녀님 눈이예요』라고 했다. 그러니까 내눈은 이정도의 크기다. 그 다음 손은 역시 수녀원 오기전 직장에서 하루는 과장님이 서류통안에 깊숙히 들어가버린 서류를 꺼내시려 손을 넣다가 손이 다 안들어가니 나보고 『이것좀 꺼내줘요』했는데 무심고 그통에 손을 넣다가 손가락이 채 들어가기도 전에 손이 걸려버렸다. 과장님 손은 손등까지 들어 갔는데 나는 손가락에서 걸렸으니 순간적으로 같이있던 동료직원은 물론 그 무뚝뚝한 과장님까지 폭소를 터뜨렸다.
다음 발은 1년만에 구두 한 켤레씩을 먹어치우는 왕성한 발이므로 벗어논 신을 보고는 모두다 한마디씩한다. ○발이네. ○○○발 같네. 이게 누구 신이고? 누가 발이 이래커노? 참으로 하느님이 나를 창조하실 때 먼눈을 파셨는지 커야할 부분은 작고 작아야할 부분은 커고 해서 구설수가 떨어지지 않다니. 그러나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자리에 들때마다 나의 이 눈과 손과 발이 그렇게 고맙고 대견스러울 수가 없어 인사를 안 할수 없다. 이 두껍고 커다란 손으로 해낸 잡다한 모든일. 이 튼튼한 두발로 바쁘게 오갔던 하루. 이 작은 눈이지만 볼것 다 보고 읽고 쓰고하니 발도 손도 토닥거리며 고맙다고 인사할 수 밖에.
만약 작은손 작은발이라면 내 소임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빨래날 빨래를 짜면 다른 자매가 여러 번 비틀것을 나는 한번에 쫙 물을 뽑아 버린다. 꼭대기까지 하루에 몇 번씩 오르내리면서도 한번도 넘어지지 않고 날렵하게 다닐수 있는것도 내발의 크고 튼튼함 때문이 아닌가, 외적인 내 눈이 작고 약시 근시 난시를 가진 대신 영적인 눈을 뜨게해 줍시사 기도하지 않는가, 하느님이 먼눈을 파신 것이 아니라 앞을 내다 보시고 나를 만드셨으니 오, 복된 내눈, 손, 발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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