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우울한 소식을 접했다. 친구의 오빠가 식당에서 식사하던 도중 갑자기 들어선 정신이상자가 휘두른 칼에 심하게 다쳤다 한다. 그러데 정작 문제는 급히 응급실로 호송되어야 할 환자가 승차거부로 생명이 더욱 위태롭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 분의 경우는 많은 출혈 뒤에나마 다행히 병원도착에 성공하여 위기를 넘겼다는데, 소식을 전한 친구의 얘기에 의하면 작년에 비슷한 사고를 당한 교우가 주위의 무관심으로 정말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내 시트를 피로 물들이지 않겠다는 기사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는 있다손 치더라도 용납하기는 어렵다. 타인의 생명을 경시하면서까지 자기 시트를 소중히 하는 태도는 우리 시대의 심각한 이기주의를 대변하는것 같다.
나는 이 사건을 생각하면서 내마음 이면에 숨어있는 나의 이기주의를 들킨 기분이다. 돌이켜 보면 언젠가 깨끗이 차려 입은 옷이 더럽혀질까봐 언덕을 오르려고 땀을 뻘뻘 흘리는 연탄 배달부를 안타까와하면서도 차마 손을 내밀지 못한 적이 있다. 나 역시 예리고로 가는 길목에서 강도를 만나 반죽음 당해 쓰러진 사람을 피해 지나간 사제나 레위인의 부류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어쩌면 우리들은 이웃사랑에 대단한 명분과 모양새를 부여하고 싶은 허영심에 젖어있지는 않은가, 혹은 신자라는 명찰에 어울리게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사랑을 실천하려면 도대체 어디로 달려가 누구에게 애덕을 베풀어야 하는지에 대해 물색하고 토론벌이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지는 않은가…반성해 본다.
예수께서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우리곁에 있을 것이라고 예견하셨던그 가난한 이웃들이 달동네에만 옹기종기 모여 살지는 않을 것이다. 굳이 멀리까지 헤매지 않더라도 주의깊게 둘러보면 내 주변에도, 내 눈앞에도 지금 나의 작은 도움을 필요로하는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가난한 사람을 식별하려면 열린 눈이 있어야겠고, 그들을 사랑하려면 열린 마음이 있어야 하리라. 여기에 덧붙여 반드시 필요한 또 한 가지는 그들을 잡아줄 용감한 손이다. 사랑의 의지를 부단히 다진다 해도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결국은 사랑이라는 이름을 받을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도처에서 일어나는 불행한 사건들을 우울해하며 그 순간 그들의 사랑부족을 탓하고 싶은 나역시 부끄럽게도 사랑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러나 변명같지만 사랑은 인간의 본성이나 천성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덕이며, 매순간 각성과 이기심 극복을 위해 혼신을 다하는 내적 투쟁이 요구됨을 알기에 겸허하게 주님께 은총을 구한다.
나를 비롯한 수많은 크리스찬들이 주님의 은총으로 무장되어 골목마다에서 작은 사랑이나마 다투어 실천할 때 세상이 한결 밝아지리라는 것을 믿고 기대하며 나의 우울함을 진정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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