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그야물론 백설공주이지요』『거울아, 거울아, 오늘 내 모습은 어떠니?』『그야물론 화가난 모습이지요』『거울아, 거울아, 오늘은 내 모습이 어떠니?』『그야물론 욕심쟁이 이지요』
거울을 거의 보지않던 내가 어느때 부턴가 거울을 자주보며 이야기를 하고있다. 수련소땐 화장실 가야만 유일하게 얼굴만 볼 수 있는 거울이 전부였는데 지금은 방마다 세면기 위에 하나씩 부착되어 있어도 습관이 되어버려선지 잘보지 않았다. 베일이 어떤지만 그것도 얼굴은 제외하고 얼른 보고 나가기 일쑤였는데 어느날 거울이 주는 위력을 의식하고 난 뒤부터는 의식적으로 거울을 본다. 의식적으로 보려니 거울보는 것이 몹시 두려웠다. 그래서 이번엔 의식적으로 거울을 피했다. 그것은 내 마음이 편치못했기 때문이다. 그럴때 내 얼굴을 비춰보면 영낙없는 우거지상이다. 희망도 없고 기쁨도 없고 평화도 없는 얼굴을 보노라면 더욱 화만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날부터 거울을 들여다 보며 억지로라도 웃어야지 하고 결심을 해보았다. 그래서 우선 사무실 입구벽에 큰 거울 하나를 거금을 들여 붙여놓고 무조건 거울 앞을 지나칠때마다 한번씩 웃기로했다. 처음엔 거울속의 내 얼굴이 부끄러운듯 멋적어 하는것이 어째 너무 어색하였다. 그러나 한번 두번 그래도 열심히 웃어보았다. 히히, 호호, 하하, 흐흐흐, 미소도 지어보다가 그만 나도 모르게 크게 웃고만다. 남이 보면 저 수녀가 미쳤나? 아니면 배우가 되려나? 하겠지만 나에겐 큰 수련의 한 방법이다.
흔히 날보고 조용한 미소가 어떠니하며 얘기하지만 실은 나는 화를 잘내고 다혈질이고 이기적이고 기타등등이다. 이런 나를 잘알기에 그것이 그래도 만능 컴퓨터인 얼굴에 찍혀 나오는것 때문에 거울보는 것이 무엇보다 두려웠다. 언제나 쫓기듯 긴장된 얼굴에 여유없는 굳은 얼굴은 내가 거울을 보면서도 끔찍스럽다는 생각이든다. 이대로 늙으면 큰일나겠다 싶어서인지 이제라도 내가 웃는 연습을 하고 얼굴 모양을 가꾸는(?)것은 다행이랄까 좀더 남을 푸근히 해주는 평온한 얼굴로 가꾸기 위해 오늘도 이렇게 거울에게 물어본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그야물론 ○수녀님이지요』라는 말을 언제나 들을 수 있을까? 각반한 세상이라는데 우리 이웃의 얼굴도 본다. 이웃의 얼굴은 더 투명한 거울이 되어 내게온다. 웃는거울, 평온한거울, 찡그린거울, 화난거울, 굳은거울, 조용한 거울 바쁜거울…그러고 보니 도처에 거울이다. 나는 어떤 거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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