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환이네 집에서는 오랫만에 가족기도의 시간을 갖게 됐다. 먼저 어머니가 기도를 시작했다. 『늘 우리에게 은혜를 주시는 하느님, 다른 사람들은 모두 부동산투기나 아파트당첨으로 많은 돈을 벌었으나, 우리는 그 흔한 아파트 하나 당첨되지 못하고 이렇게 낡은 단독주택에서 10년 넘어 살고 있습니다. 올해는 꼭 투자가치가 있는 좋은 지구의 아파트 하나 당첨되게 해 주십시오』
다음은 누나의 차례였다. 『하느님 아버지, 최진영같은 멋진 탤런트에게 펜레터를 보내어서 꼭 답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그 다음은 종환이의 차례였다. 『하느님, 오늘 학교에서 산수시험을 쳤는데, 원의 넓이 내는 문제가 틀렸습니다. 점수가 떨어지면 선생님한테서 꾸중듣고 엄마한테도 혼나요. 그 틀린 답이 좀 맞도록 해 주셔요』
다음엔 아버지의 기도. 아버지는 아무래도 자유기도는 자신이 없는지 「주의기도」를 외웠다. 그런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지소서」하는 부분에서는 들릴락 말락한 작은 목소리로 했다. 기도가 끝나고 나서 여쭈어 보았더니, 정말로 하느님이 이 기도를 들어주시어서,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하느님의 뜻이 다 이루어진다면 아버지는 낭패를 당할 것이므로 하느님 귀에 들리지 않게 작은 소리로 했다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한번도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 보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하늘나라 창고에는 무엇이 가장 많이 쌓여 있을까? 어떤 사람은 아마도 청구서가 가장 많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지상의 사람(신자들)이 무엇 해 주십시오, 또 무엇 해 주십시오하고 무수히도 하느님 앞으로 남발한 청구서들, 사람들은 그것을 기도라고 생각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것은 내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 위에서 얘기한 종환이네집의 가족기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욕심을 부리기 위해서는 구태여 천주교신자가 될 필요는 없다. 하느님 가르치신 뜻은 내주머니속으로 챙기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주머니속의 것을 꺼내어 남에게 나누어 주는데 있기 때문이다.
기도는 하느님 아버지와 친교이며 흠숭, 감사, 용서, 구원의 심정을 표명하는 행위이며, 그리스도께서 아버지를 압바(Abba)라고 부르는 행위에 성령으로 말미암아 참여하게 되는 은총이다.
우리는 기도의 모범을 예수님께로 부터 배울수 있다. 성서에는 예수님이 기도하셨다는 말씀이 곳곳에 있는데, 「주의기도」는 그 대표적인 것이다. 예수님은 기도하실 때마다 「내뜻대로」가 아니라 「아버지의 뜻대로」하시기를 기도했다.
기도는 신앙인의 호흡이라고 했다. 우리는 늘 숨을 쉬고 살아야 하듯이 늘 기도 하는 생활을 해야 한다. 그러나, 오염된 공기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듯 잘못된 기도는 우리의 신앙을 위협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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