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터지게 싸웠던 형제가 다시 화합하고자 할 때, 어찌해야 우선 화해가 될까? 누군가 먼저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사과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잘못한 것이 별로 없더라도, 먼저 자신의 탓을 인정하면 된다. 상대방에게만 사과를 요구하고 자신의 잘못은 하나도 없다고 우기면 화해는 불가능하다.
먼저 사과하면 앙금은 반드시 풀린다. 그리고 먼저 사과하는 쪽이 진정한 승자가 된다. 미사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씀은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라는 천주교의 절대진리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에는 몸을 부대끼는 에로스부터 플라토닉, 아가페 등 여러 차원이 있겠지만,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상대방이 더 나은 존재로 변하기를 바라는 모든 말과 생각과 행동’이 아닐까 한다.
사랑은 남의 소중한 것을 달콤하게 빼앗고 싶을 때 솟구치는 허위관념은 아닌 것이다. “우리 서로 사랑해”라는 말에는 ‘우리가 서로로 인해 더 훌륭한 사람들이 되기를 바람’의 뜻이 담겨 있다. 남북은 여전히 사랑하는 한민족이다. 그래서 서로의 좋은 변화를 진심으로 바라야 한다. 또한 먼저 변해야 한다. 내가 먼저 변해야 세상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한다. 변화를 위해선 그동안 우리가 끈질기게 집착했던 것들을 하나씩 놓아야 한다.
좋은 변화들의 완성은 통일이다. 사랑은 더 높은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것이다. 더 높은 가치는 더 나은 미래다. 더 좋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일!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우리는 역사의 진짜 의미를 잘 이해해야 제대로 된 미래를 만들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해 헤매면 미래는 멀리 달아난다. 온 민족의 마음주파수를 올바른 통일로 고정시켜야 역사가 제대로 보인다.
특히나 분단에 기생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집단들은 이제 대승적인 마음으로 민족의 더 큰 미래를 위하는 초월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작금의 현실을 차갑게 바라보자. 1980년대 말 소련의 해체와 동유럽 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신자유주의가 온 세계를 전횡하기 시작했다. 불평등한 세계화의 부작용으로 경제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졌으며, 우리의 통일은 훨씬 더 어려운 문제가 돼버렸다.
그래서 역사와 현실에 대한 전위적 해석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제는 대립에서 사랑으로 돌아갈 때다. 사랑하면 달리 보인다. 아직도 남북은 서로를 나쁘게만 생각한다. 하지만 통일은 결혼과도 같은 것이다. 남남북녀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재결합하자고 약속해 놓고 외부 세력을 끌어들여 서로 위협하면 되겠는가?
우리는 주변 강대국들의 꼬임에 속아 넘어갔던 것뿐이다. 이제는 서로를 상보적인 존재로 인식해야 아름다운 역사를 이뤄낼 수 있다. 대립하면 파괴되지만, 사랑하면 상승한다. 이제까지의 갈등은 사랑싸움으로 알아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
윤훈기(안드레아) 토마스안중근민족화해진료소 추진위원